중력의 정체: 관성력으로 보는 중력

ISS에서의 무중력 상태
약 400km 상공에 있는 국제 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은 추진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지구 주위를 돈다. 이런 ISS의 내부는 중력을 느낄 수 없는 무중력 상태다.  ISS 안에서 떠있는 물체는 벽이나 다른 물체와 부딪치기 전까지는 허공에 가만히 있던지, 아니면 일정한 속력을 유지하면서 일직선으로 움직인다. 물론 물체가 회전하기도 하지만, 물체의 질량 중심은 일직선으로 움직인다. 뉴튼의 운동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은, “외부의 힘이 없으면 정지해 있는 물체는 정지해 있고, 움직이는 물체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계속 움직인다”고 말한다. 이 법칙을 생각하면, ISS 안에서 떠다니는 물체에는 외부의 힘이 전혀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만유인력의 법칙에 의하면 지구의 중력은 400km상공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지구 중력은 ISS뿐 아니라 ISS 안의 모든 물체를 지구 중심을 향해 끌어당긴다. 400km상공에서 끌어당기는 중력의 크기는  해수면에서의 중력보다 11.5%정도 작을 뿐이다. 하지만 ISS안에 있는 우주인에게 ISS안은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무중력 상태다. 지구의 중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전제하에,  ISS 내부가 무중력 상태임을 설명하려면, 지구 중력을 상쇄하는 또 다른 힘이 있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원심력이 등장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한다. 한 문장으로 표현되는 설명은 다음과 같다.

“원심력이 중력을 상쇄해 ISS 안의 물체에는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 (무중력 상태다)”

이 설명을 좀 더 자세하게 풀면 다음과 같다.

  1. ISS와 그 안의 물체는 지구 주위를 동그라미 모양으로 도는 원운동을 하기 때문에, 원심력이 ISS와 그 안의 물체를 지구 중심에서 멀어지는 방향(또는 원운동의 바깥쪽 방향)으로 민다.
  2. 지구의 중력은 ISS와 그 안의 물체를 지구 중심방향(또는 원운동의 안쪽 방향)으로 잡아 당긴다.
  3. ISS 안에서는 중력과 원심력의 크기가 같기때문에, 지구 중심으로 잡아당기는 중력을 지구 중심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미는 원심력이 상쇄한다. 결국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 없어져서, 물체가 아래로 떨어지거나 위로 밀리지 않고 둥둥 떠다니는 상태인 무중력 상태가 된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ISS내부에 있는 사람이 시점에서의 설명이고, 지구 위에 있는 사람이 볼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지구 위 400km 상공을 대략 초속 7.7km도 돌고 있는 ISS는 지구 중력이 잡아당겨  1초에 약 4.3m씩 떨어진다. 동시에 둥근 지구의 표면도 같은 거리만큼 구부려져 결국에 ISS는 지표면에서 늘 거의 같은 높이로 지구 주위를 커다란 동그라미 모양으로 도는 원운동을 한다. 중력이 잡아당기는대로 떨어지는 것을 자유낙하라고 부르는데, ISS의 경우는 빠른 수평방향의 움직임과 지구 중력으로 인한 수직방향의 움직임, 그리고 지구가 둥글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모양 궤적으로 자유낙하를 하는 경우다. ISS 안에 있는 물체도 ISS와 함께 지구 주위를 돈다. 지구 위에 있는 사람에게 보이는 ISS내부  물체의 움직임도 ISS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런 설명에는 중력 이외에 다른 어떤 힘도 등장하지 않는다. 원심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

정리하면, ISS 안에 있는 우주인은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어 물체에 아무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고 보며, 지구 위에 있는 사람은 “중력만이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결국 ‘원심력’은 보는 사람에 따라 있어야 하기도 하고 있을 필요가 없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림1. 자유낙하를 하며 지구 주위를 도는 국제우주정거장(ISS): ISS가 수평으로 움직이는 동안 수직으로(지구 중심 방향으로) 떨어지는 거리는, 지구가 둥글기때문에 지표면이 구부러지는 거리와 같다. 결국 ISS는 지표면과 거의 같은 높이를 유지하며 지구 주위를 돈다.

탄도 우주비행을 하는 우주선안의 무중력 상태
공기저항이 거의 없는 우주공간까지 빠른 속력으로 올라가는 우주선이 로켓 추진력을 끄면 우주선은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자유낙하하는 ‘탄도 우주비행’을 한다. 탄도 우주비행을 하는 우주선안에서도 무중력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우주선이 우주로 날아갈때 비스듬한 각도로 날아가면 우주선은 포물선에 가까운 모양의 궤적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수직방향으로만 날아가면 단순히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만 하는 단순한 궤적으로 움직인다. 탄도 우주비행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지구의 중력은 우주선과 우주선안에 있는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우주인이 보기에는  우주선 안에서 떠 다니는 물체에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는 것 같처럼 보인다. 이 상황을 설명할 때에도 중력을 상쇄할 다른 힘이 필요하다. 만약에 탄도 비행이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만 내려오는 수직 탄도 비행이면 원운동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원심력을 쓰기는 곤란하다. 좀 더 넓은 의미의 힘을 도입해야 한다.

반면, 지구 위에 서 있는 사람에게 보이는 추진력 없이 움직이는 우주선과 우주선 안 물체의 움직임은 관성력 없이도 중력에 의한 자유낙하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수직 탄도비행의 경우, “추진력을 끈 직후부터 수직 방향으로 올라가는 우주선과 우주선 내부 물체의 속도는 중력이 아래로 잡아당기는 힘에 의해 점점 속도가 준다. 우주선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속도의 방향이 바뀌고,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는 점점 커진다”라고 설명한다. 다른 어떤 추가적인 힘이 없이 중력만 있으면 설명할 수 있다.


그림2. 수직 탄도비행과 포물선 탄도비행: 수직으로 속도를 높이다가 추진력을 끄면,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수직 탄도비행을 한다.(왼쪽 그림) 우주선이 기울어진 각도로 속도를 높이다가 추진력을 끄면, 우주선의 궤적은 포물선에 가까운 모양을 그리는 이른바 포물선 탄도비행을 한다.

가속하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관성력
속도는 속도의 크기(또는 속력)와 방향을 모두 다 아우르기 때문에, 속력과 방향 중 하나만 변해도 속도는 변한다고 본다. 이렇게 물체의 속도가 변하는 경우, 우리는 그 물체가 ‘가속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속도가 변하는 정도를 ‘가속도’라고 부른다. 가속도도 크기와 방향을 모두 가지고 있는 값이다.

물체가 가속하려면 외부의 힘이 있어야 한다. 이를 뉴튼의 제 3운동법칙이라고 한다.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 F=ma $$

여기에서 $F$는 힘을 뜻하는 영어 단어 force의 첫자이고, $m$은 질량을 뜻하는 mass의 첫자, $a$는 가속도를 뜻하는 acceleration의 첫자다. 힘의 방향은 가속도의 방향과 같고, 힘의 크기는 위의 수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물리 문제를 풀때 가장 많이 쓰는 중요한 수식이다.

지구 주위를 도는 원운동을 하는 ISS은 속력은 거의 변하지 않지만 움직이는 방향이 바뀌면서 가속하는 경우다. 속력이 변하지 않으면서 원운동을 할 경우 가속도의 방향은 원의 중심을 향한다. 원의 중심을 향해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야한다는 얘기다. 이 힘을 구심력이라고 한다. ISS의 경우 구심력은 지구의 중력이다. 탄도비행 우주선도 마찬가지로 가속한다. 위로 올라가던 우주선이 추진체를 끄면 위로 올라가는 속도가 점점 줄다가 방향을 바꿔 아래로 내려가는 속도가 점점 커진다. 위로 향하는 속도가 줄고 아래 방향의 속도가 늘어나는 가속도는 아래 방향을 향한다. 이때 우주선을 가속하는 힘도 지구의 중력이다.

ISS 또는 탄도 비행 우주선에 타고 있는 우주인과 우주선안의 모든 물체도 마찬가지로 지구의 중력으로 가속한다. 이렇게 가속하는 우주선에 탄 우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우주선안의 물체는 마치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중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아는데도 말이다. 이를 설명하려면 추가로 힘을 도입해 중력을 상쇄해야 한다.

이처럼 가속하는 사람에게 보이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할때 추가로 도입하는 힘을 관성력이라고 부른다. ISS안의 무중력을 설명하기 위해 추가로 도입하는 원심력도 관성력의 하나다. 탄도비행 우주선안의 무중력을 설명할때 도입하는 힘도 관성력이다. 따라서 탄도 우주비행의 경우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이 관성력을 추가로 도입해 우주선안의 무중력 상태를 설명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관성력이 중력을 상쇄해 우주선 안에서는 어떤 힘도 작용하지 않는다 (무중력 상태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예로, 버스가 츨발할때 버스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버스안에 있는 사람들이 마치 어떤 힘에 의해 뒤로 밀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도입하는 힘도 관성력이다.

반면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력으로 직선으로 움직이는 사람과 같이 가속하지 않는 사람은, 추진력을 사용하지 않는 물체의 움직임을 중력만으로도 일관되게 설명할 수 있다. 이 사람의 설명에는 관성력이 필요하지 않다. 관성력은 이렇게 가속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볼때만 나타나기 때문에, 실체가 없다는 의미로 “허구의 힘(fictitious force)”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1) 우주선 안에 있는 사람이 볼 때는 우주선 안에 있는 물체는 아무런 힘도 받지 않는 무중력 상태에 있다. 따라서 중력을 상쇄하는 관성력을 도입해야 설명할 수 있다.
(2) 우주선 밖에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궤도 비행을 하는 ISS나 탄도 비행을 하는 우주선, 그리고 그 내부의 물체들은 중력에 의해 자유낙하 하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 따라서 관성력이 필요없다.


그림3: 보는 사람에 따라 필요한 힘인 관성력: 지구위에 있는 사람이 볼때 ISS와 ISS안에 있는 물체가 동그라미 모양으로 지구주위를 도는 원운동은 그림 2에서 처럼 지구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 (위 왼쪽 그림). 추진력을 끄고 수직 탄도 비행을 하는 경우도 지구에서 볼때는 중력이 끌어당기는 힘만으로도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궤적을 설명할 수 있다.(위 오른쪽 그림) 하지만 자유낙하로 무중력 환경이 만들어진 우주선안에 있는 사람이 우주선안에서 일직선으로 속도의 변화 없이 움직이는 물체를 설명하려면 중력을 상쇄하는 관성력(원심력도 포함)이 있어야한다 (아래 그림)

 

고등학교 과정과 대학 교양과정에서 배우는 물리에서는 (2)의 방법으로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한다. 원운동과 관련된 문제를 설명하고 계산하는 과정에서도 관성력의 하나인 원심력은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원심력을 사용해 계산하면 십중팔구 문제의 답은 틀려버리고 만다. 어렸을 때부터 원심력에 대한 얘기는 많이 듣지만 정작 물리를 이용해 설명하고 문제를 풀 때는 원심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다가 대학 과정의 높은 수준의 물리학 수업에서 다시 (1)의 방법으로 설명하는 방법을 배운다. 어렸을 때부터 아무렇지 않게 설명하고 이해한 방법이 사실은 높은 수준의 물리학 방법인 셈이다.

두 설명 방법의 차이는 보는 사람의 입장에 있다. (1)의 방법은 보는 사람이 속도가 변하는 가속운동을 하는 경우의 설명이고, (2)의 방법은 보는 사람이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력의 직선운동을 하는 경우의 설명이다. 일단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 태양계와 은하계의 움직임 등은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하자. 이 처럼 관성력을 도입해야 할지 아닐지를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어떤 움직임을 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보는 사람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관성력을 도입해 설명하는 경우가 많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관성력으로 만드는 인공중력
이번에는 우주선이 로켓 엔진의 추진력으로 지구표면에서 우주를 향해 날아 가는 경우를 보자. 지구 중력이 끌어당겨 자유낙하할때 가속하는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가속하는 경우다.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은  지구 위에서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중력을 느낀다. 지구의 중력에 대항해 우주선이 우주인을 떠 받치는 힘이 기본적으로 있고,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우주인을 위로 밀어올리는 힘이 더해진다. 우주인은 이 두 힘을 한꺼번에 느끼면서 이를 마치 더 큰 중력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우주선안에서 떨어뜨린 물건도 땅위에서 떨어뜨린 물건보다 더 빠르게 가속되어 떨어진다. 우주선이 가속하는 만큼 더 빨리 가속하기 때문이다.

비록 우주인은 커진 중력을 느끼지만, 우주인 입장에서는 본인은 우주선 바닥위에 정지해 있어, 위로도 아래로도 가속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위로 미는 힘과 아래로 당기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상황이다. ‘지구 중력에 대항해 위로 미는 힘’과 ‘우주선 추진력이 위로 미는 힘’중에, 지구 중력에 대항해 위로 미는 힘은 지구 중력을 상쇄하지만, 우주선 추진력이 위로 미는 힘을 상쇄할 힘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 경우에도 관성력을 도입해 추진력에 의한 힘을 상쇄해야 한다. 우주선이 추진력으로 미는 힘이 위로 향하기 때문에 이 힘을 상쇄하는 관성력은 중력과 같이 아래방향으로 향한다. 우주인이 느낀다고 생각하는 중력에서 지구 중력을 빼고 남는 부분이 바로 추가된 관성력에 해당된다. 우주인은 사실 중력과 관성력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중력에 대항해 바닥이 위로 미는 힘과 추진력으로 바닥이 미는 힘을 느끼는 것이다.

그림 4. 관성력에 의해 생기는 인공 중력: 우주인이 볼때 우주인 본인은 우주선안에서 정지해 있으므로 가속도도 없고 외부의 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 중력은 이에 대항해 바닥이 위로 미는 힘으로 상쇄된다.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우주선의 바닥이 미는 힘을 상쇄할 관성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우주인은 지구 중력과 함께 이 관성력도 중력으로 느낀다고 생각한다. 우주인은 사실 중력에 대항해 바닥이 위로 미는 힘과 추진력으로 바닥이 미는 힘을 느낀다.

중력이 없는 우주 한복판에서 우주선이 가속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중력이 없는 곳에서 가속하기 때문에, 우주선의 추진력이 미는 힘을 관성력으로 상쇄해야 우주인 본인이나 우주선 바닥의 물체가 우주선안에서 가만히 정지해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우주인은 우주선 바닥이 미는 힘을 느끼는 것을 마치 관성력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관성력의 크기가 지표면 중력의 크기와 같으면, 우주인은 우주선안에서 경험하는 관성력과 지구위에서 경험하는 중력을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구 표면 중력의 크기와 같은 인공 중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중력을 알아야 파악할 수 있는 관성력
다시 자유낙하 하는 상황으로 돌아오자. ISS 안이나 우주선 안 물체의 움직임을 우주인이 보는 입장에서 관성력을 도입해 설명할 때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크기의 중력이 작용하는지를 이미 알고 있어야 한다. ISS 안에서는 지표면 중력의 88.5%, 더 낮은 곳을 비행하는 탄도 비행 우주선에는 좀 더 큰 중력이 작용한다. 지구와 달 사이에서 대략 9:1 되는 지점에 우주선이 들어간다면 지구와 달의 중력이 같아 서로 상쇄되고 훨씬 먼 곳에 있는 다른 천체들에 의한 중력만 작용한다.

이렇게 우주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가 다르기는 하지만, 추진력을 끄고 중력이 당기는 대로 움직이게 놓아두면 자유낙하를 하게 되고 공통적으로 우주선 내부에 무중력 상태가 만들어진다. 우주인의 입장에서 무중력 상태에 있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에는 중력을 상쇄하는 관성력을 도입해야 하는데, 관성력의 크기는 우주선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지구와 달 사이의 우주선보다는 ISS가, ISS보다는 더 낮은 고도에서 탄도 비행을 하는 우주선이 더 큰 관성력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주선이 어느 지점까지 가는지 전혀 알 수 없고, 우주선 밖을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예를 들면 우주선이 목표 지점까지 가는 동안 우주인이 수면을 취하는 등의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 상황에서 목표 지점에 도착한 다음 우주선의 추진력을 끄면 우주선은 자유낙하를 하게 되어 우주선 내부는 무중력 상태가 된다. 여전히 우주선 바깥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우주인은 무중력 상태가 궤도 우주비행을 하기 때문인지, 탄도 우주비행을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우주 한 복판에서 다른 천체들의 중력에 이끌려 자유낙하를 하기 때문인지 구분할 수 없다.

어디에서 어떻게 자유낙하 하는지를 알 수 없다는 말은 곧 자유낙하를 하게 만드는 중력의 크기와 방향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우주인의 입장에서 무중력을 설명할때 도입해야 하는 관성력의 크기와 방향이, 이미 알고 있는 중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국 관성력의 정할수가 없는 없는 상황이 된다. 어차피 중력이 얼마만큼 작용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중력이 없다고 가정하는 편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 그러면 어떤 크기와 방향인지도 모르는 관성력을 도입하지 않고도 뉴튼의 운동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만으로 우주선 안에 있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우주선 밖에 정지해 있는 사람이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추진력를 사용하지 않는 우주선과 우주선 안 물체는 우주선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움직인다. 주위에 어떤 천체들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우주선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와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 동그라미 모양, 포물선 모양, 위로 올라가다 내려오는 모양 등으로 움직인다. 주위의 다른 천체들을 볼 수 없고 움직이는 우주선만 아주 멀리서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우주선의 속도 변화를 통해 외부에서 중력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그림5. 우주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유낙하할때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데 필요한 힘. 중력의 크기와 방향을 모두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림에서는 단순하게 하기위해 수직 방향의 힘으로만 제한해 표시했다.

 우주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를 때, 보는 입장에 따라 달라지는 설명을 비교 정리해 보자.

 (1) 자유낙하 하는 우주선 안의 우주인이 보는 우주선 안 물체의 움직임은 아무런 힘도 사용하지 않고 관성의 법칙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반면,
 (2) 우주선 밖에서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이 보는 우주선과 우주선 안 물체의 움직임은 중력을 이용해 설명해야 한다.

이제는 중력이 보는 사람에 따라 필요하기도 하고 필요 없기도 한 상황이 되었다. 도입 여부가 보는 사람의 입장에 달려 있는 관성력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반 상대성이론과 중력
지금부터 100여년전인 1915년에 아인슈타인은 물리학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반 상대성이론’을 발표한다. 공간과 시간을 아우르는 4차원 ‘시공간’의 특별한 기하학을 이용한 이 이론에서는 이전의 물리학과 다른 관점에서 중력을 본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천체가 있으면  중력이라는 힘이 명시적으로 존재하고 공간은 주위의 천체와 무관하게 변함없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는 반면,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천체가 있으면 천체의 질량에 의해 4차원 시공간이 휘는 관점으로 본다.

자유낙하하는 경우를 보자. 고전 물리학의 틀에서 보면 자유낙하하는 물체는 주위 천체의 중력에 이끌려  포물선이나 원모양등의 궤적으로 속도가 변하면서 움직인다. 반면 일반 상대성이론의 기하학의 틀에서 보면 이 물체는 최단거리를 의미하는  지오데식(geodesic)을 따라 움직인다. 관성의 법칙에서 외부의 힘이 없을때 속도가 변하지 않는 직선운동을 하듯이, 자유낙하하는 물체는  천체의 질량에 의해 휜 4차원 시공간에서 외부의 힘 없이 반듯한 직선으로 움직인다고 보면 되겠다.

한편 주위에 천체가 있는데도 자유낙하하지 않고 정지해 있거나 일정한 속도로 직선 운동을 하는 우주선을 생각해 보자. 고전 물리학에서는 천체의 중력에 대항하는 힘이 있어야 이런 움직임이 가능하다. 우주선이 떠받치는 힘과 추진력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우주선을 타고 있는 사람은 이 힘을 느끼는 것을 중력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반 상대성이론의 기하학의 틀에서 이 우주선의 움직임은 지오데식에서 벗어난 움직임이다. 천체의 질량으로 휜 시공간에서 반듯하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가속한다고 보면 되겠다. 가속하는 힘은 우주선의 추진력이다. 우주선 안에 있는 우주인 입장에서 본인을 포함한 우주선안의 물체가 바닥에 가만히 있는 것을 설명하려면 가속하는 추진력을 상쇄하는 관성력을 도입해야한다. 우주인은 우주선이 추진하면서 미는 힘을 느끼면서 이 관성력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이 관성력이 고전 물리학에서는 중력에 해당한다. 중력을 일반 상대성이론에서는 관성력으로 보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