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40km 썰매’ 루지 선수가 느끼는 인공중력을 어느 정도일까?

스포츠에서의 구심력/원심력

2017년 12월 18일 미국 시애틀에서 달리던 기차가 철길에서 벗어나는 대형 탈선 사고가 있었다. 뉴스에 의하면 “제한 속도가 시속 30마일(시속 48.3km)인 구간을 시속 78마일(시속 125km)로 달리다가 탈선했다”고 알려졌다.[1] 일반적으로 기차는 평균 시속 100km 이상 고속으로 달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사고가 날 때 기차의 속도는 지나치게 높은 속도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차의 최고 속도를 시속 50km보다 낮게 제한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사고가 난 곳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사고가 난 곳의 철길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반듯하게 일직선으로 만들어진 고속도로에서는 제한 속도가 시속 100km 이상이다. 도로 상태와 날씨가 좋으면 시속 100km로 달려도 웬만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 물론 앞차와 충분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산을 넘어가는 꼬불꼬불한 길에서는 고속도로에서처럼 빨리 달릴 수 없다. 그랬다간 차가 미끄러지면서 휘어진 도로의 바깥 방향으로 밀려날 수 있다. 심하면 차가 옆으로 굴러 뒤집힐 수도 있다. 그 바깥에 절벽이 있다고 생각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이 때문에 일직선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에 비하면 꼬불꼬불한 도로에서는 제한 속도가 훨씬 낮다.

구글 지도로 확인할 수 있는 시애틀의 탈선 사고 지점의 철길도 반듯한 직선이 아닌 곡선 구간이다. 더 많이 휜 곳일수록 더 천천히 달려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제한 속도가 시속 50km에 못 미치는 사고 지점에서는 철길이 상당히 많이 휘어 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면 탈선 사고가 난 곳은 철길이 얼마만큼 휘어져 있었을까? 휘어진 정도를 표현하는 값의 하나로 “곡률 반지름”(radius of curvature)이 있다. 휘어진 부분과 가장 잘 들어맞는 동그라미의 반지름이다. 시애틀의 탈선 사고가 일어난 곳을 구글 지도에서 찾아 확인해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가장 많이 굽은 곳이 반지름이 190m인 동그라미와 잘 들어맞는다. 곡률 반지름이 대략 190m임을 알 수 있다. 기차가 이 구간을 지나갈 때 부분적으로 반지름이 190m인 동그라미 모양으로 움직이는 ‘원운동’을 한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림1. 2017년 12월 18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발생한 기차 탈선 사고 지점의 위성사진 (출처: 구글 맵) 가장 많이 휜 철길의 곡률 반지름은 대략 190m이다. 곡선과 잘 들어맞는 원의 반지름을 곡률반지름이라고 부른다.

아무런 힘이 없는 상황에서는 한 방향으로, 다시 말해 직선으로 움직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이를 뉴튼의 제1 운동법칙인 ‘관성의 법칙’이라고 한다. 휘어진 모양의 길을 따라 움직인다는 것은 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방향을 바꾸며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럴려면 움직이는 물체의 방향을 바꿔주는 힘이 있어야 한다. 동그라미 모양으로 움직이는 ‘원운동’에서는 이 힘을 구심력이라고 부른다. 일정한 속력으로 원운동을 하는 경우에 구심력의 방향은 원의 중심을 향한다. 자동차가 휜 도로를 달릴 때, 자동차는 부분적으로 원운동을 한다. 구심력이 필요한 경우다. 도로 바닥이 자동차 바퀴를 안쪽으로 미는 힘, 다시 말해 도로 바닥과 자동차 바퀴가 맞닿은 경계면 사이의 마찰력이 구심력의 역할을 한다. 기차의 경우는 철길이 기차를 미는 힘이 구심력이다.

뉴튼의 제3 운동법칙인 ‘작용-반작용의 법칙’은, ‘A라는 물체가 B라는 물체에 힘을 준다면(작용), B물체도 A물체에 크기는 같지만 방향이 반대인 힘을 준다(반작용)’는 법칙이다. 기차가 원운동을 하는 동안 철길이 기차를 안쪽으로 밀 때, 기차는 같은 크기의 힘으로 반대 방향인 바깥쪽으로 철길을 민다. 철길이 기차를 미는 힘이 구심력이고, 이에 대한 ‘반작용’인 기차가 철길을 미는 힘을 종종 원심력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기차가 철길을 미는 힘, 다시 말해 철길이 받는 힘이어서,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원심력과는 다르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한편 원운동을 하는 기차는 안에 타고 있는 승객을 다시 안쪽으로 민다. 관성의 법칙으로 승객도 아무런 힘이 없으면 직선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기차와 같이 원운동을 한다. 승객이 원운동을 하게 하는 힘은 기차가 승객을 안쪽으로 미는 힘이다. 앉아 있는 승객은 의자가 엉덩이 부분을, 서 있는 승객은 바닥이 발바닥을 원운동 안쪽 방향으로 민다. 이때 몸의 다른 부분이 상대적으로 원운동 바깥 방향으로 밀리면서, 승객은 마치 바깥 방향을 향하는 힘이 몸을 민다고 느낀다. 원운동을 할 때 이렇게 바깥으로 밀린다고 느끼는 힘이 바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원심력이다.

하지만 이 원심력은 실제 존재하는 힘이 아니다. 직선으로 움직이려는 관성과 몸의 일부분을 기차가 안쪽으로 당기는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마치 바깥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 있다고 느낄 뿐이다. 이러한 원심력을 중력과 구분하기 어려워 ‘인공중력’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가 중력이라고 느끼는 힘도 사실은 중력에 대항해 우리를 떠받치는 힘을 느끼는 것이다. 서있을 때는 바닥이 미는 힘을 중력으로 느끼고, 줄에 매달려 있을때는 줄이 당기는 힘을 중력으로 느낀다. 동그라미 모양으로 움직일때 인공중력이라고 느끼는 힘도 구심력이 안쪽으로 미는 힘을 느끼는 것이다.

곡률 반지름이 190m인 철길을 제한 속도인 시속 48.3km/h로 달리면 구심력 또는 원심력의 크기는 지표면 중력의 0.097(=9.7%)배이고, 시애틀 탈선 사고 당시 기차가 달렸던 시속 125km/h로 달리면 지표면 중력의 0.65(=65%)배라는 계산 결과가 나온다. 제한 속도로 천천히 사고 지점을 달리면 기차 안에 있는 승객은 약한 크기의 인공중력을 느끼는 반면, 사고 당시 속력인 시속 125km로 사고 지점을 달리면 승객은 기차가 도는 바깥 방향으로 중력의 65%에 이르는 인공중력을 느낀다. 기껏해야 100kg인 사람에게 이 정도의 인공중력은 크지 않지만, 질량이 수톤에 이르는 기차 차량이라면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다.

기차가 곡선 구간을 지나갈 때 필요한 구심력은 철길이 기차의 바퀴를 곡선 구간 안쪽으로 미는 힘이다. 시애틀 사고 당시 지나치게 빨리 달리는 기차가 곡선 구간에서 탈선하는 것은 철길이 기차 바퀴를 미는 힘이 필요한 구심력에 비해 충분하지 못해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철길이 기차의 바퀴를 안쪽으로 미는 구심력이 충분해도, 기차의 윗부분은 철길이 안쪽으로 밀어주는 힘을 직접 받지 않아 바깥으로 밀린다. 마치 회전하는 버스 안에 서 있는 사람의 몸 윗부분이 바깥 방향으로 밀리는 것과 비슷하다. 버스 안에 서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고 기차도 회전하는 바깥 방향으로 기차 윗부분이 밀려서 기울다가 넘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구심력과 원심력 어떻게 계산할까? 물체가 원운동을 하는 데 필요한 구심력의 크기는 비교적 간단한 수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일정한 속도로 원운동을 하는 경우, 물체가 움직이는 모양인 원의 반지름과 물체의 속도, 그리고 물체의 질량을 알고, 이 값들을 아래의 수식에 넣어서 구심력을 계산하면 된다. 원의 바깥 방향으로 작용한다고 느끼는 힘인 ‘원심력’의 크기도 구심력의 크기와 같다. 방향만 반대일 뿐이다.

$$ 구심력 또는 원심력 크기 = \frac{질량 \times 속도 \times 속도}{반지름} = \frac{질량 \times 속도^2}{반지름}$$

$$F_c=\frac{mv^2}{r}$$

질량이 더 큰 물체일수록 구심력 또는 원심력도 더 커진다. 속도가 빨라도 커진다. 반면 원모양의 반지름이 작으면 구심력 또는 원심력은 커지고, 반지름이 커지면 반대로 구심력 또는 원심력은 작아진다. 만약에 똑같은 물체에 작용하는 지표면의 중력 크기( $=질량 \times 중력가속도$)를 안다면, 이를 기준으로 “지표면 중력의 몇 배다”라는 식으로 구심력이나 원심력의 상대적인 크기를 나타내기도 한다. 초속 몇 m로 달리는지로 속력을 나타내고, 곡률 반지름을 m로 나타내면,  지표면 중력 크기 대비 구심력 또는 원심력 크기는 아래의 수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 구심력 또는 원심력 크기 (지표면 중력  대비) =   \frac{속도(m/s)^2}{9.8\times곡률반지름 (m)}$$

$$ \frac{Fc}{mg}=\frac{mv^2}{mgr}=\frac{v^2}{gr} $$

자동차 또는 기차처럼 속도를 시속 몇 km인지로 표시하고 곡률 반지름을 m로 표시하는 경우라면 지표면 중력 크기 대비 구심력 또는 원심력의 크기는 아래와 같이 변형된 수식으로 계산하면 된다.

$$구심력 또는 원심력 크기 (지표면 중력 대비) =   \frac{속도(km/h)^2}{127\times곡률반지름 (m)}$$

(수식의 분모에 나오는 숫자 127은 초속을 시속으로 변환할때 곱해줘야하는 숫자의 제곱 (3600/1000)2에 지표면 중력가속도 9.8을 곱한 값이다.)


 

쇼트트랙 경기의 구심력과 원심력
겨울 올림픽 경기종목의 하나인 쇼트트랙은 구심력과 원심력이 중요한 경기다. 먼저 쇼트트랙 경기장이 어떤 규격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자. 쇼트트랙 한 바퀴 길이는 111.1m이다. 그중 양쪽 곡선 구간은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경로를 기준으로 반지름이 8.5m인 원을 반으로 자른 모양이다. 곡률 반지름이 8.5m인 곡선 구간이다. 최단 거리로 스케이트를 탄다면 곡선 구간에서는 반지름이 8.5m인 원 모양으로 움직이는 원운동을 하는 셈이다.

쇼트트랙 500m와 1000m 경기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기록은 40초와 1분 20초(100초) 근처다. 쇼트트랙의 정확한 경로로 스케이트를 탄다면 평균 속력은 초속 12.5m 정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트랙의 경로를 정확히 따라가지 않고 좀 더 완만하고 큰 곡선으로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탄다. 그 만큼 더 긴 거리를 달리게 되어, 평균 속력은 초속 12.5m보다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쇼트트랙 경기 특성상 결승선에 가까워졌을 때 더 빨리 달리기 때문에, 경기 후반부만 따로 계산하면 평균 속력이 더 크다. 반면 곡선 구간에서는 선수들이 가속을 하지 않고 달린 곡선 구간의 속력은 직선 구간의 속력보다는 더 작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올림픽 결승과 같은 경기에서 최상급 선수가 전력질주 하는 경우, 경기 막판에 곡선 구간에서의 속력을 초속 12.5m로 잡는 것은 무리가 없어보인다.

그림 2. 쇼트트랙 경기장 규격: 트랙 한 바퀴 길이는 111.1m이다. 트랙의 직선 구간의 길이는 총 28.8m×2 = 57.7m이고 트랙의 양쪽에 있는 곡선 구간 각각은 선수들의 스케이팅 경로를 기준으로 반지름이 8.5m(곡률 반지름이 8.5m)인 원의 반쪽 모양으로, 총 2π8.5=53.4m이다.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은 초록색 점선 경로와 같은 좀 더 완만하게 도는 경로로 스케이트를 탄다. 그 만큼 곡률 반지름이 커져서, 같은 속도로 달린다면 곡선 경로에서의 구심력과 원심력이 더 작아지고, 같은 구심력(또는 원심력)을 유지하면 더 큰 속도를 낼 수 있다.

 

폭이 30m가량인 쇼트트랙 링크 전체를 활용하면 곡선 구간의 곡률 반지름이 최대 15m까지 늘어난다. 그럴려면 경기장 가장자리를 돌아야 하는데, 실제 경기에서는 그 정도까지 경기장을 크게 돌지는 않는다. 따라서 실제 경기에서 선수들이 도는 곡선 구간의 곡률 반지름은 8.5m과 최대 15m 사이가 된다. 이를 근거로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실제 곡선 구간의 곡률 반지름을 중간값 근처인 대략 12m라고 가정해 보자.

초속 12.5m의 속력과 곡률반지름 12m로 마지막 곡선 구간을 달리는데 필요한 구심력 또는 원심력의 크기를 계산하면, 그 값은 지표면 중력의 1.33배가 된다. 이 때 원운동을 하게 만드는 구심력은 얼음이 스케이트 날을 곡선구간 안쪽으로 미는 힘이다. 한편 선수는 이 구심력 때문에 몸이 곡선 구간 바깥쪽으로 밀리는 것 같은 원심력을 느낀다. 방향은 수평방향으로 곡선 구간 바깥쪽을 향하면서 크기는 중력의 1.33배인 인공중력이 추가로 생기는 것이다.

곡선 돌 때 몸을 얼마나 기울여야 할까
우리가 서 있을 때 중력 방향과 같은 방향인 수직으로 서 있으면 웬만해서는 넘어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쇼트트랙의 곡선 구간에서는, 원심력으로 인한 인공중력과 실제 중력이 합쳐진 힘이 향하는 방향에 맞추어 몸이 나란히 있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그러면 합쳐진 힘의 방향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중력과 인공중력의 크기를 고려해 직사각형을 그리면 합져진 힘을 방향을 알 수 있다. 수직인 변의 길이는 중력의 크기이고 수평인 변의 길이는 인공중력의 크기인 직사각형을 그렸을때, 직사각형에서 대각선 방향이 합쳐진 힘의 방향이다. 그리고 대각선의 길이가 그 크기가 된다.

원심력이 중력의 1.33배인 경우에는 수직인 변의 길이가 1이고 수평인 변의 길이는 1.33인 직사각형을 그리면 된다. 이 직사각형의 대각선 방향이 중력과 인공중력이 합쳐진 힘의 방향으로, 수직 방향보다 53도 더 기운 방향이다.[2]  선수의 몸이 이 방향과 나란히 있으면 몸이 더 기울거나 덜 기울지 않게된다. 실제 경기장면을 보면 곡선 구간에서 선수들의 몸이 상당히 기울어진 채로 달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대각선의 길이는 1.66이다. 지표면 중력의 1.66배의 중력을 느낀다는 의미다.

중력과 인공중력이 합쳐진 힘의 방향이 기울어져 있으므로, 곡선 구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선수가 느끼는 중력의 방향도 기울어져 있다. 이 때문에 수평인 경기장 얼음바닥은 곡선 구간을 도는 선수에게는 기울어진 바닥이나 마찬가지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의 경우 기울어진 얼음바닥에서 더 잘 미끄러지는 것처럼, 곡선 구간은 도는 선수 입장에서도 중력과 원심력이 합쳐진 힘의 방향과 직각이 아닌 경기장 얼음바닥에서는 더 쉽게 미끄러진다. 실제 경기중에서도 선수들이 미끄러지는 곳은 주로 곡선 구간에서다.

곡선 구간을 달릴 때 바닥에서 덜 미끄러지려면, 중력과 인공중력이 합쳐진 힘의 방향과 직각이 되게 경기장 바닥이 기울어져 있으면 된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으로 따지면 수평인 얼음 바닥에 서 있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쇼트 트랙 곡선 구간은 직선 구간과 마찬가지로 수평으로 만들어져 있어, 곡선 구간에서 빠른 속력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림 3. 곡선 구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실제 선수들의 모습: 몸이 기울어진 각도는 45도보다 더 뉘어진 각도다. 45도로 기울어져 달릴 때 원심력과 중력은 같은 같은 크기다. 반면, 45도보다 바닥으로 더 기울면 원심력이 중력보다 더 큰 경우고, 45도보다 덜 기울면 중력이 원심력보다 큰 경우다.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그림 4. 중력의 방향 또는 중력과 인공중력이 합친 힘의 방향과 몸이 나란히 있을때 몸이 더 기울지 않는다. 아래그림에서 직사각형에서 수직 방향의 변의 길이가 중력의 크기와 같고 수평방향의 변의 길이가 원심력의 크기와 같으면, 대각선의 길이는 중력과 원심력이 합쳐진 힘의 크기가 된다. 합친 힘을 방향은 대각선 방향이다. 몸이 한쪽으로 더 기울지 않으려면 몸은 합친 힘 방향으로 나란히 서 있어야 한다.

‘횡경사’ 있는 벨로드롬과 루지 경기장
곡선 구간에서 덜 미끄러지도록 바닥 구조를 만든 경기장이 있다. 자전거 경주를 하는 벨로드롬(velodrome)이 그런 경우다. 벨로드롬 트랙은 안쪽은 낮고 바깥쪽은 높게 만들어져 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선수입장에서는 좌우로 기울어진 구조로, ‘옆으로 경사졌다’는 의미로 횡경사(banking)라고도 부른다. 올림픽 경기때 사용하는 벨로드롬의 경우 곡선구간에서의 횡경사 각도는 최대 45도에 이른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바닥이 중력의 방향과 직각으로 만들어져 있으면,[3] 그 바닥 위에 서 있는 사람도 바닥과 몸이 직각을 이루면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4] 벨로드롬의 곡선 구간을 달리는 선수는 중력과 원심력이 합쳐진 힘의 방향으로 자전거와 몸을 기울이면서 달린다. 그래야 자전거와 몸이 더 기울거나 덜 기울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 횡경사로 만든 바닥은 몸과 직각에 가깝게 되고, 선수가 느끼는 중력과 인공중력이 합쳐진 힘과도 직각에 가깝게 된다.[5] 마치 수평의 바닥에 서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어서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그런데 원심력(또는 구심력)의 크기가 자전거의 속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 문제다. 속도가 다르면 인공중력이 더해진 중력의 방향이 달라져 이에 직강인 바닥의 각도도 달라진다. 하지만 선수들이 달리는 평균 속력에 맞쳐 경기장 바닥을 만들면 일부 편차는 있겠지만, 자전거와 선수는 횡경사의 경기장 바닥과 약간의 오차로 직각과 가깝게 되어 쉽게 미끄러지지 않는다. 약간 기울어진 바닥에 서 있어도 바닥의 마찰력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탈선사고가 일어난 시애틀 철길의 곡선 구간도 벨로드롬의 곡선 구간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한 횡경사의 구조로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봄직하다. 중력과 원심력이 힘쳐진 힘의 방향이 철길 바닥과 좀 더 직각에 가까워져서, 기차가 기울어져서 생기는 탈선 가능성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5. 벨로드롬 내부 전경을 보여주는 사진: 전 구간에서 경기장 바닥이 경사져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곡선구간에서의 횡경사 각도가 큼을 알 수 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매우 빠른 속도로 썰매를 타는 루지(luge)라는 경기가 있다. 동계 올림픽 경기 종목 중에 속도가 가장 빠른 경기라고 한다. 최고 속력은 시속 150km/h에 이르고,[6]  곡선 구간에서는 원심력으로 인한 인공중력이 지구 중력에 비해 최대 5배에 이른다고 한다. 쇼트트랙 스케이팅과 달리 이런 엄청난 속도임에도 선수들이 트랙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유는 자전거 경주의 벨로드롬처럼 일종의 횡경사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원심력이 지구중력의 5배이면 사실상 수직에 가깝게 횡경사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실제 루지 경기장의 곡선 구간에서는 얼음바닥이 90도(수직)보다 적은 각도에서 90도보다 큰 각도를 아우르게 반 원통형과 가까운 모양으로 얼음 트랙이 만들어져 있다. 곡선 구간에서 천천히 달리면 속력이 작은만큼 원심력이 작고 이 원심력 또는 인공중력이 추가된 중력의 방향도 수직에서 약간 기운 정도가 된다. 이 경우에 썰매는 수평에서 약간만 기운 얼음 바닥에서 좌우로 미끄러지지 않고 달릴 수 있다.

반면 썰매의 속도가 매우 빠르면 실제 중력보다 인공중력의 크기가 훨씬 클 수 있다. 이때는 인공중력이 추가된 중력의 방향이 거의 수직이 되기 때문에 썰매는 거의 수직인 얼음 바닥을 달릴때 좌우로 미끄러짐 없이 달릴 수 있다. 실제 경기에서 매우 빨리 달리는 썰매는 곡선구간에서 거의 수직인 얼음 벽에 달라붙어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010년에 뱅쿠버 올림픽을 앞둔 훈련 경기 중에 곡선 구간을 지나자마자 선수가 썰매에서 튕겨져 나와 기둥에 부딪히면서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선수가 튕겨 나가기 직전에 마지막 곡선 코스를 달릴 때의 속도는 초속 39.81m로 시속 143km에 육박했다.[7] 이 속도와 곡선 코스의 곡률 반지름 33m로 계산한 구심력 또는 원심력의 크기는 지표면 중력 대비 4.9배에 이른다. 사고 직전 곡선 구간에서 선수는 지구 중력의 4.9배인 인공중력을 추가됐었다는 얘기다.


그림 6. 루지 경기장의 곡선 구간에서 썰매를 타고 있는 선수의 모습. 횡경사(banking)가 수직에 가까워 마치 얼음벽을 타고 가는 모양새다. 원심력으로 인한 인공중력이 지표면 지구 중력보다 훨씬 큰 경우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때 선수의 썰매가 지나가는 얼음 바닥은 원심력과 지구중력이 합쳐진 힘과 거의 직각이다.

[1] The Amtrak Derailment Was Caused by a Collective Failure, 2017년 12월 24일, 뉴욕 타임즈 https://www.nytimes.com/2017/12/24/opinion/amtrak-derailment-seattle.html
[2] 곡선 구간에서는 선수들이 기울어져 달리기 때문에, 달리는 선수들의 몸 윗부분이 그리는 궤적은 스케이트 날이 그리는 궤적보다 더 안쪽에 있다. 따라서 몸 윗부분 궤적의 곡률반지름은 스케이트 날 궤적의 곡률반지름보다 작게된다. 동심원에서 안쪽에 있는 원의 반지름이 더 작은 것을 생각하면 되겠다. 이 때문에 몸 윗부분에 작용하는 원심력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고, 그만큼 기울어진 정도도 작아야 한다.
[3]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중력에 대항해 바닥이 미는 힘과 바닥이 직각이 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4] 바닥과 발바닥 사이에 최소한의 마찰력을 필요하다.
[5] 이 부분도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중력에 대항해 바닥이 미는 힘과 원운동에 필요한 구심력의 합쳐진 힘이 바닥에 직각이 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6] “Coroner‘s report into the death of Kumaritashvili,  Nodar.”, T. Pawlowski, British Columbia Ministry of Public Safety and Solicitor General, 2010.  Case No: 2010-0269-0002.
[7] Luge Track Safety, Mon hubbard, arXiv:1212.4901v1 (2012)
[8]영화에서 우주선 거주 공간이 돌아가는 장면에서 추정한 반지름이다.
[9] 지표면 중력의 2배 가까이되는 인공중력 상황에서는 초속 5m로 달리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롤러 스케이트를 탄다던가 전동 킥보드를 타고 달리는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