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공전을 이용해 우주선 속도를 높여라.

우주비행과 항공비행을 구분할때, 지구의 대기가 비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우주비행은 대기가 없는 공간에서 효과적인 비행을 하기 떄문에,  거의 진공상태인 우주에서 그 성능이 최대가 된다. 반면, 항공비행의 경우 지구 대기가 없으면 비행기를 뜨게 만드는 양력이 생기지 않아 지구 대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헝가리 출생 미국인 공학자이자 물리학자인 폰 카만( Theodore von Kármán)의 이름을 딴 카만 라인(Kármán line)은 지구 대기와 우주의 경계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해발 100km 상공을 카만 라인이라고 본다.[1] 이 높이에 도달하거나 넘어서는 것이 우주비행의 기준이다.

무인 우주비행은 1950년대 미국과 소비에트 연방(소련)간의 냉전시대 때 대륙간 탄도 미사일 (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개발 경쟁이 사실상 무인 우주비행의 시발점이다. 소련이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도 이 시기로 1957년의 일이다. 1961년 4월 12일에 성공한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도 소련의 몫이었다.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Yuri Gagarin)은 최고 327km 까지 올라가 1시간 30분동안 지구를 한바퀴 돌았다.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이면서, 지구 주위를 돈 최초의 유인 궤도 비행이기도 했다. 우주선의 속도가 거의 초속 8km로 항공여객기 속도의 30배에 해당하는 속도다. 23일 후인 1961년 5월 5일에는 미국의 첫번째 유인우주선 비행이 있었다. 최고 고도는 187.5km에 이르렀지만 비행거리는 487.3km  최고속도는 초속 2.3km로 카만 라인을 넘는 수준의 탄도 비행이었다.

사람이 가장 멀리 간 우주는 달이다. 무려 3000톤에 이르는 대형로켓을 사용해 달에 가기위한 속도인 초속 11.1km를 달성했다. 세명의 우주인과 달착륙선등 실어날아야할 질량이 상당했던 것이 초대형 로켓을 사용해야했던 중요한 이유였다. 달까지의 우주비행에서 극복해야할 가장 큰 장애물은 지구의 중력이다. 하지만 달을 넘어 더 멀리 가면 갈수록 지구중력보다 더 큰 장애물이 영향을 끼친다. 태양의 중력이 바로 그 장애물이다.

태양의 질량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질량의 33만배이고,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의 질량의 1000배가 넘는다. 태양을 뺀 태양계 천체를 다 합친 질량보다 500배정도 크다. 태양에서 1억 5천만km 떨어진 지구에서약 평균 38만km떨어진 달까지 가는데는 태양 중력은 지구 중력에 비하면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하지마 화성을 넘어 목성 또는 그보다 더 먼 천체까지 가는데 태양의 중력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하지만 인류가 만든 무인 탐사선은 1970년대에 목성과 토성에, 1980년대에는 그보다 먼 곳에 있는 천왕성과 해왕성에 도달했다. [2] 1977년에 발사한 보이저 1호는 2019년을 기준으로  태양에서 220억 km 가량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고, 초속 17km가량의 속도로 태양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보이저 1호보다 16일 먼저 발사된 보이저 2호는 이보다 느린 초속 15.4km의 속도로 태양에서 180억 km 떨어진곳에서 멀어지고 있다.

무인탐사선의 경우 질량이 유인우주선의 수십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것이 먼 우주까지 탐사선을 보내는데 도움을 줬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우주선 로켓 기술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지구 공전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우주선을 발사해야하고, 항해 도중에 다른 행성의 공전을 이용해 우주선의 속도를 높이는 항법을 사용하는 것이 필수다. 이글에서는 우주 비행에 관련된 기초 과학지식을 알아보고, 지구의 공전이 먼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는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살펴보겠다.

초기 SF영화의 우주선 비행과 초기속도
물리학에서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할 때 ‘초기속도’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한다. 공을 손으로 던지거나 발로 차 날아가기 시작하는 속도, 또는 라켓이나 방망이로 쳐서 날아가기 시작하는 속도등을 초기속도라고 말할 수 있다.  초기속도가 정해지면 물체는 자체 추진력이 없어도 처음 움직일때의 관성으로만 날아간다. 물리학은 이런 물체가 중력과 같은 외부 힘의 영향을 받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우주선의 움직임도 초기속도 개념을 적용해 계산한다. 하지만 실제 우주선의 경우에는 발사 이후에도 로켓의 추진력을 이용해 일정 시간 동안 속도가 계속 증가한다. 이 때문에 어느 시점의 속도가 초기속도에 해당하는지 콕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은 초기속도 개념을 우주선에도 거침없이 적용한다. 계산이 간단해지는 잇점 때문이다.

우주선의 초기속도는 실제의 우주선보다는  이야기속의 ‘비현실적인’ 우주선에 더 잘 표현되어 있다. 세계 최초의 공상과학(SF) 영화로 알려진 <달나라 여행>(원제:Le voyage dans la lune)을 보면 사람이 탄 우주선을 대포를 이용해 달로 쏘아 올린다. 오히려 우주선보다는 포탄에 더 가까운 상황으로, 현실의 우주 탐사 역사에서는 전혀 사용한 적이 없는 발사 방식이다. 이 영화를 제작해 공개한 때인 1902년은 아직 라이트 형제가 동력 비행기로 비행을 성공하기 1년 전이고, 로켓 추진체의 원조쯤 되는 독일의 ‘V-2 로켓’이 개발되기 40년 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엉뚱해보이는 우주선 발사 방식을 영화에 도입했던 영화제작자를 이해할만도 하다. 그래도 대포 방식으로 발사돼 포신을 떠나는 순간의 우주선 속도가 초기 속도를 잘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발사 이후 추진력이 추가로 사용되지 않고, 초기속도의 관성만으로 날아가는 이상적인 우주선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포탄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 포탄이 도달할 수 있는 높이와 거리가 수 km 정도라고 라고 하면, 이 정도 높이와 거리에서 중력 또는중력가속도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포탄이 5km 상공까지 올라간다고 해도 중력가속도는 지표면에 비해 0.16% 정도 줄어들뿐이다. 같은 높이에서 수평으로 수 km 움직일때 중력 가속도 변화는 훨씬 더 미미하다. 이런 경우에는 중력가속도는 변하지 않는 상수로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공기저항의 영향이 없다고 가정하면 평지에서 포탄이 날아가는 궤적도 포탄을 발사할때의 초기 속도와 초기 발사 각도, 그리고 변하지 않는 중력(또는 중력가속도)을 가지고 계산할 수 있다. 포탄의 초기속도(또는 발사속도가) 일정하다면, 어떤 각도로 발사할때 가장 멀리 날아가는 지를 알아낼 수 있다. 대포의 발사 높이가 지표면과 같다면 발사 각도가 45도일때 가장 멀리 날아간다. 가장 높이 쏘아 올릴려고 한다면 탄을 수직으로 쏴야한다.


그림 설명. 지표면에서 같은 초기 속도로 발사했을 경우, 발사각도에 따라 포탄이 날아가는 궤적: 공기저항이 없다고 가정했다. 검은 선은 발사각도가 45도일때로 가장 멀리 날아가는 경우다. 빨간 점선은 발사각도가 45도 보다 클때 (50, 55, 60, 65, 70, 65도)이고 파란 점선은 발사각도가 45도 보다 작을 때다. (15, 20, 25, 30, 35, 40도) 모두 포물선 모양이다. 공기저항이 있는 실제의 상황에서는 포물선에서 벗어난다.


 

중력의 영향을 받는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할때는 초기속도를 유요하게 쓸 수 있다.공을 위로 던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빠른 속도로 던질수록, 다시 말해 초기 속도가 클수록 공은 더 높이 올라간다. 그만큼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을 더 오래 동안 극복하면서 위로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의 최고 강속구 투수가 던질 수 있는 속도인 시속 160 km로 공을 위로 던질 수 있다면, 공기저항이 없다는 가정 하에, 공은 약 100m 높이까지 올라간다.

우주선도 마찬가지로 시속 160km(또는 초속 44.7m)의 속도로 위로 발사하면 100m 상공까지 올간다. 공이건 우주선이건 초기 속도가 같고 공기저항이 없으면, 얼마나 무거운가와는 상관없이 도달할 수 있는 높이는 같다. 질량이 다른 두 물체라도 같은 중력에서는 속도가 변하는 비율, 다시 말해 가속도가 같기 때문이다. 초기 속도만 알면 중력에 의한 물체의 움직임을 질량과 관계없이 설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 <달나라 여행>에서는 포탄 우주선을 수직 방향이 아니라 경사 방향으로 발사한다는 설정이다. 발사 속도가 빠를수록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날아간다. 이 경우도 초기 속도의 크기와 방향만 같으면 우주선의 질량과는 관계없이 우주선이 도달할 수 있는 높이와 거리는  같다. 물론 공기저항이 없다는 가정하에서다.

 

그림 1. 영화 <달나라 여행>에 나오는 대포로 포탄을 쏘는 방식의 우주선 발사: 일단 발사되면 발사 직후 초기 속도의 관성만으로 달까지 날아간다는 설정이다. 발사 속도가 충분히 커야 달에 다다를 수 있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 사정거리가 수천 km이상인 미사일의 궤적을 계산할때는 몇 가지를 더 생각해야한다.

첫째로 중력가속도를 변하지 않는 상수로 생각하면 안된다. 미사일이 사정거리가 수천 km에 이른다면 미사일이 올라가는 높이 또한 적어도 수백 km이상 올라갈 수 있다. 이 정도 높이에서는 중력(중력가속도)의 크기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국제우주정거장이 돌고있는 고도인 400km상공에서는 중력가속도의 크기가 지표면보다 11.5%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중력가속도를 변하지 않는 값으로 취급하면 큰 오차가 생긴다. 뉴튼의 중력공식을 써서 높이에 따라 중력가속도가 변하는 것을 계산에 감안해야 한다.

둘째로 평지위에서 날아간다고 가정하면 안된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5km를 움직이면 지표면이 휘어지는 정도가 2m에 불과해 무시할만한 수준이지만, 수천km 거리에서는 지표면이 휘어지는 정도가 상당히 커서 이로 인한 오차도 커진다. 지구가 둥근 것까지 감안해야 한다.

중력가속도가 높이에 따라 변하는 것과 지구가 둥근 것을 감안해 계산하면, 가장 멀리 날려보내기위한 발사각도는  45도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 물론 공기저항이 없고, 추가적인 추진력없이 초기속도로만 날아간다는 가정하에서다.

2017년 11월 29일에 북한이 시험발사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화성 15호는 최대높이 4475km 최대거리 950km를 날아갔다. 이런 궤적이 나오려면 초기속도는 대략 초속 7.2km이고 발사각도는 84.6도이어야 한다. 이 초기속도로 가장 멀리 날아가려면 발사각도는 22.5도가 되어야한다. 이때 미사일은 1320km 상공까지 올라가고, 발사한 지점에서 떨어지는 지점까지의 거리는  10013km 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상황에서는 대기권의 공기로 인해 공기 저항이 생긴다. 여기에 더해 일정한 시간동안 추진력을 사용하고, 그 사이 연료가 사용되면서 로켓의 질량도 줄어든다. 이러한 이유로 발사할때는 각도를 높여 대기를 지나가는 거리를 줄여 공기저항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고, 고도가 높아져서 공기 저항이 줄어들면 각도를 낮춰서 사정거리가 커지게 한다.


그림  설명. 공기저항이 없고 초기속도로만 날아간다고 가정했을때, 초기속도 초속 7.2km로 발사한 미사일의 궤적: 초록색 원은 반지름 6371km의 지구를 표현했다, 파란색 곡선은 발사각도가 84.6도일때의 궤적으로 4483 km 상공까지 올라가고 날아가는 지표면 거리는 995km다. 빨간색 곡선은 가장 멀리날아갈때의 궤적으로 발사각도는 22.5도이고 1320 km 높이까지 올라가며 10013km의 지표면 거리를 날아간다. ICBM 궤적 계산 파이썬(python) 코드 내려받기: https://github.com/bwyoon/icbmpy


<달나라 여행>의 대포 우주선이 발사된 직후의 초기 속도가 얼마나 돼야 우주선이 달까지 갈 수 있을까? 적어도 날아가는 도중에 지구로 다시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럴려면 우주선은 달의 중력이 지구의 중력보다 커지는 지점까지 가야 한다. 그래야 지구로 끌려가지 않고 달로 끌려져가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9:1 되는 위치에서 지구의 중력과 달의 중력이 같아져 중력이 서로 상쇄된다. 우주선이 지구로 다시 떨어지지 않고 이 지점을 통과하면, 그때부터 우주선은 지구 중력보다 큰 달 중력에 끌려 달에 도달하게 된다. 지구에서 출발할때 우주선의 초기 속도가 초속 11.1km가 되면 이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림 2. 지구의 중력과 달의 중력이 같아지는 지점: 지구와 달사이 거리의 9:1 되는 위치다. 우주선이 이 위치에 도달하기전까지는 지구의 중력이 달의 중력보다 더 커져서 지구쪽으로 끌린다. 이 위치를 지나 달에 더 가까이 가면 달 중력이 지구 중력보다 커져서 달쪽으로 끌린다.

지구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중력탈출 속도’
또 하나의 중요한 우주선 초기 속도로, 우주선이 지구의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기 위한 최소한의 속도가 있다. 지구 외에 다른 천체가 없다고 가정하면, 지구 중력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무한히 먼 곳까지 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 중력 ‘탈출 속도’라고도 부르는 이 초기 속도는 초속 11.2km다. 좀전에 계산한 초속 11.1km와 거의 차이가 없다. 중력은 무한히 먼 곳까지 영향을 미치기기는 하지만, 지구 중력이 많이 약해진 곳에 달이 위치하고 있는 것이 이런 작은 차이에 한 몫 한다. 종종  초속 11.2km를 달에 갈 수있는 초기 속도로 보기도 한다.

초속 11.2km는 음속의 30배가 넘는 속도다. 설령 대포 방식으로 우주선을 이렇게 빠른 속도로 쏘아올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우주선 안에 사람이 탈 수 있는지는 한번 따져봐야 한다. 영화에서는 거의 순간적으로 우주선을 대포로 날려보내는 것처럼 묘사한다. 몇 초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초속 11.2km의 속도를 내려면, 지구 표면 중력가속도의 수백배 이상에 해당하는 가속이 필요하다. 이때 우주선 안에서는 지표면 중력의 수백배 이상에 해당하는 인공 중력이 만들어진다. 사람이 견딜 수 없는 중력이다.[3]

‘공기 저항’도 문제가 된다. 초속 11.2km는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있는 우주인이 지구로 귀환할 때 타는 귀환 캡슐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는 속도보다 약 1.5배 큰 속도다. 대기권 경계 부분이 지상보다 공기가 훨씬 희박한데도, 귀환 켑슐에는 공기 저항으로 인해 엄청난 열이 발생한다. 공기 저항으로 속도가 줄면 운동에너지가 줄어들고 이 줄어든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뀐 결과다. 공기가 훨씬 많은 지상에서 초속 11.2km의 속도로 날아간다면 공기 저항도 훨씬 더 커지고 이로 인해 생기는 열도 엄청날 수 밖에 없다. 현대의 우주선이라도 이런 정도의 열에 버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4]

이런 이유들로 인해, 대포 방식으로 우주선을 발사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좀 전에도 언급했듯이 이런 가상의 방식으로 발사된 우주선의 속도를 물리학에서는 ‘초기 속도’라는 이름으로 중요하게 다룬다. 그리고 우주선 비행과 관련된 설명에 서슴없이 적용해 사용한다. 사실 물리학을 하는 사람들 중엔 공상과학 영화를 보고 비과학적인 내용을 찾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발사 방법을 가정해야만 가능한  우주선의 ‘초기속도’ 개념을 사용해 우주 비행을 설명하려고 한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초기 속도 중에 우주 비행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속도가 있다. 그 하나는  제1 우주속도(cosmic velocity)라고 부르는 초속 7.9km다. 인공위성처럼 지구 주위를 공전하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사 속도다. 좀 전에 언급한 지구중력 탈출 속도인 초속 11.2km는 제2 우주속도라고 부른다. 제2 우주속도는 제1 우주속도보다 정확하게 $\sqrt{2}$배(1.414배) 크다.

그림 3. 제1 우주속도 (지구 주위를 공전하기 위한 속도)와 제 2 우주속도 (지구 중력을 완전히 벗어나기위한 속도).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 그리고 우주 비행 궤적은 시각적 이해를 돕기 위해 편이상 과장되게 그렸다.

 

외행성 탐사 땐 태양 중력을 극복해야 한다.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을 탐사하기위한 비행거리는 달 탐사와는 비교가 안되게 길다. 인류가 발을 디딜 첫 행성으로 꼽히는 화성만 해도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 지구에서 약 7800만 km나 떨어져 있다. 지구와 달 사이의 평균거리인 38만km의 200배 이상의 거리다. 그나마 실제 화성까지 가려면 이보다 더 먼 거리를 비행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태양계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태양에 의한 중력이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구에서 달까지 가기 위해 지구 중력을 거슬러 가야 하듯이,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진 화성까지 가려면 태양 중력을 거슬러 가야 한다.

일단 지구 중력을 고려하지 않고, 아래 그림과 같이 지구 공전 궤도의 한 위치에서 태양을 향하는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우주선을 발사해 가장 가까운 화성 공전 궤도의 한 위치까지 일직선으로 간다고 가정해 보자. 우주선이 목표한 위치까지 가려면 초기 속도가 초속 24.7km는 돼야 한다. 초기 속도가 이에 못 미치면, 태양이 끌어당기는 중력때문에 목표한 위치에 도달하기 전에 속도를 잃고 태양 쪽으로 다시 끌려간다.

그림 4. 지구의 위치에서 지구 공전을 다른 천체에 도달하기 위한 우주선 초기 속도: 지구 공전 궤도의 한 위치에서 태양을 향하는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우주선을 발사했을때, 지구보다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진 천체의 공전 궤도에 도달하기 위한 최소 속도

 

더 먼 천체인 목성의 공전 궤도까지 가려면 초속 37.9km, 명왕성의 공전 궤도까지 가려면 41.6km의 초기 속도가 필요하다.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나려면 초속 42.1km가 되어야 한다. 우주선이 내야 하는 속도가 클수록 이에 필요한 추진체의 크기와 필요한 연료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초기 속도가 초속 11.2km이어야 하는 달에 가는데도 엄청난 크기의 로켓 추진체가 사용됐는데, 화성이나 그보다 멀리 떨어진 천체에 우주선을 보내려면 도대체 얼마나 큰 추진체를 사용해야하는 것일까?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아직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우주선은 지구에서 발사하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사실이다.

지구공전을 이용한 우주선 발사
태양에서 약 1억5000만 km 떨어져 공전하는 지구는 1년 동안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돈다. 이 사실을 이용해 계산해보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평균 공전속도는 초속 29.8km임을 알 수 있다.  이런 지구에서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우주선은 이미 지구가 공전하는 속도를 가지고 출발하는 효과를 지닌다. 만약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우주선을 발사하면, 우주선은 발사 속도에다 지구 공전 속도인 초속 29.8km를 더한 속도로 날아가게 된다. 버스 안에서 버스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걷는 사람은 본인에게는 그냥 걷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지만, 버스 밖에 있는 사람이 보면 버스가 달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약에 우주선의 발사 속도에 지구의 공전 속도를 더한 속도가 태양계를 벗어날 수 있는 속도인 초속 42.1km (지구 공전 속도의 $\sqrt{2} \simeq 1.414$ 배)에 이르면, 우주선은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만큼 아주 먼 곳까지 날아갈 수 있다. 초속 42.1-29.8=12.3km가 이 발사 속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도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실제 지구 표면에서 발사하는 우주선의 이론상 초기 속도는 이보다 커야 한다.

몇가지 물리 법칙과 원리를 이용해 계산하면, 우주선의 초기 속도가 초속 16.7km일때 태양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다.[5]  이 속도를 제 3 우주속도라고 부른다. 물론 우주선의 방향이 공전 방향과 같아야 한다. 만약 지구의 공전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우주선이 날아간다면, 지구 공전 속도에서 오히려 우주선 발사 속도만큼 줄어든다. 지구 공전 궤도 바깥으로 가기는 커녕, 속도가 부족해 지구가 공전하는 궤도의 안쪽으로 서서히 끌려가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초속 16.7km는 지구 공전을 고려하지 않고 계산한 태양계 탈출 초기 속도인 초속 42.1km의 반도 안 되는 크기다. 우주선이 내야 하는 속도가 클수록 추진체의 크기와 연료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구 공전이 우주 비행 비용을 엄청나게 절약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구보다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진 행성에 도달하기위한 우주선 발사 속도는 태양계를 탈출하기위한 제3 우주속도보다는 작다. (아래 그림)

그림 5. 지구위에서 지구가 공전 방향으로 발사된 우주선이 지구보다 태양에서 먼 천체에 도달하기위한 최소한의 속도: 지구에서 발사한다는 자체만으로 우주선의 지구의 공전속도를 덤으로 얻는다. 태양계를 탈출하기 위한  초기속도인 초속 16.7km를 제3 우주속도라고 부른다.

퀴즈:

  1. 보이저 1호는 40년 동안 210억 km를 날아갔다. 평균속도의 크기를 초속으로 계산하면 얼마일까?
  2. 제1  우주속도, 제2 우주속도, 그리고 제3 우주속도는 무엇이고 그 크기는 얼마일까?
  3. 지구보다 태양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에 우주탐사선을 보낼려면, 우주선을 발사해서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으로 날아가야 할까 아니면 반대방향으로 날아가야할까?

[1] Presentation of the Karman separation line, used as the boundary separating Aeronautics and Astronautics, Dr. S. Sanz Fernández de Córdoba (2004)
[2] 명왕성 근접 탐사는 해왕성 탐사보다 무려 26년이 지난 2015년에야 이루어졌는데,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명왕성의 공전 궤도가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과는 다른 데에 그 이유가 있다.
[3] 달에 우주선을 보낸 아폴로 프로젝트의 기록을 보면,  1차로 12분에 걸쳐 가속해 지구 주위를 도는 공전 궤도에 진입하는 동안, 우주선 안의 최대 중력 가속도는 대략 지구 표면 중력의 4배였다고 한다. Apollo 15: Launch and Reaching Earth Orbit http://history.nasa.gov/ap15fj/01launch_to_earth_orbit.htm
[4] 지구 대기권에 우주선이 재진입할때 공기저항으로 공기저항으로 생기는 열이 어느정도인지 영화 <아폴로 13호>나 <그래비티>에 잘 묘사되어 있다. 만약에 공기저항이 없다면 지구에 귀환하는 우주선은 로켓을 역추진해 우주선의 속도를 감속해야한다. 하지만 지구 대기로 인한 공기저항은 역추진에 필요한 연료의 양을 엄청나게 줄이는 효과도 있다.
[5] The Cosmic Velocities http://dsp.agh.edu.pl/_media/en:dydaktyka:cosmic_velocities.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