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유물 장식에 사용된 0.5mm 금구슬·금실 만드는 원리

1916년에 발견된 국보 89호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에는 금으로 만든 실(이하 금실으로 부르겠다)과 금구슬로 일곱 마리 용을 만들어 넣은 화려한 장식이 있다.[1] 서양에서는 ‘필리그리(filigree)’라 불리는 ‘누금세공’ 기술로 만든 삼국시대 이전의 대표적인 유물이다.[2] 수세기 뒤에 만들어진 신라 유물 국보 90호 ‘경주 부부총 금 귀걸이’에서도 같은 기술로 만든 장식을 볼 수 있다.[3] 이 유물에 사용된 금구슬과 금실 중에는 지름이 0.5mm도 안 되는 작은 것들도 있다. 가는 금실과 작은 금구슬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특히 작은 금구슬을 만드는 방법에서 흥미로운 과학의 원리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림 1.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위, 유물의 가로 길이: 9.4 cm, 오른쪽 확대 사진 가로 길이:2.6 cm)와 경주 부부총 금귀거리(아래, 유물을 세로 길이: 8.7cm, 오른쪽 확대 사진 가로 길이: 3.3 cm) (사진: 문화재청 제공)

가는 금실과 작은 금구슬은 만드는 방법
먼저 기계를 이용해 공장식 생산이 아닌 방법으로 가는 금실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보자. 굵은 금실을 가늘게 만드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기본 원리다. 그림 2와 같이 금실의 두께보다 작은 구멍에 금실의 한쪽끝을 밀어넣고 다른 쪽에 잡아당겨 뽑아내면 더 가늘고 긴 금실이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금실이라고 말하기는 두꺼운 금 막대(rod)로 시작하더라도 점점 더 작아지는 지름의 구멍에 통과시켜 뽑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면 원하는 굵기의 금실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작은 구멍들을 가지고 있는 도구를 ‘드로 플레이트’(drw plate)라고 부른다.

그림 2. 드로 플레이크(draw plate)를 이용해 금실을 가늘게 만드는 과정을 간단히 요약한 그림: 굵고 짧은 금실을 드로 플레이트의 작은 구멍에 통과시켜 잡아당겨 뽑아내는 방법으로 더 가늘고 긴 금실을 만든다.

드로 플레이트를 처음 사용한 시기는 서양 문헌기록으로는 12세기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인 고대 그리스나 로마 시대의 유물에서도 누금세공으로 만든 장식을 볼 수 있어, 이 시기에 어떻게 가는 금실을 만들었느냐에 대한 연구가 있어 왔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망치질(hammering)을 해서 만든 금막대(gold rod)나 띠 모양의 금박막 조각(gold foil strip)을 비틀어 꼬아(twisting) 만들었거나, 금박막 조각을 단단한 나무나 뼈 또는 보석에 뚫은 구멍으로 뽑아내(drawing)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한다.[4]

다른 금속에 비해 금은 잡아당기면 길게 잘 늘어나고, 두드리면 잘 퍼지는 성질이 있다. 연성(ductibility)과 전성(malleability)이 좋다고도 표현한다. 이 성질때문에 다른 금속에 비해 금은 상대적으로 쉽게 위의 방법으로 가는 금실을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금은 화학반응을 거의 하지 않아 부식하지 않는다. 사용해서 닳지 않는다면, 일상 온도에서 금실은 수백 년 또는 수천 년이 지나도 그 모양과 빛깔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러면 작은 금구슬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크기가 큰 구슬은 조각하듯이 직접 깎고 다듬어 구슬 모양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유물에서 보이는 지름이 0.5 mm도 안 되는 작은 금구슬은 직접 깎고 다듬어 만들기에는 크기가 너무 작다. 실제 유물의 장식에 쓰인 금구슬을 확대해 보면 구슬모양도 매우 동그랗고 표면도 매끈하다. 깎는 방법으로 이렇게 표면이 매끈한 작은 금구슬을 만드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설사 그렇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장식에 사용할만큼 많은 금구슬을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작은 금구슬 제작과정에는 모양이 쉽게 변하는 액체의 성질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제작 과정은 다음과 같다.[5]

(1) 가늘고 기다란 금실을 만든다.
(2) 금실을 원하는 길이로 잘라 토막낸다.
(3) 열을 가해 금실 토막을 녹인다.

세번째 단계에서 액체 상태의 금실 토막은 둥근 구슬 모양으로 “저절로” 변한다. 토막내기전 금실의 두께가 일정하다고 했을때, 다른 크기의 금구슬을 만들려면 금실 토막의 길이가 다르게 자르면 된다. 금실 토막의 길이가 길면 금실 토막의 부피도 커지고, 커진 부피만큼 마지막에 녹임 다음에 만들어지는 금구슬의 크기도 커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같은 크기의 금구슬을 만들려면 금실을 같은 길이로 토막내 녹이면 된다. 이렇게 만든 금구슬이 식어 고체상태가 되었을때 금보다 녹는 온도가 낮은 금속으로 땜질하면 금구슬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장식에 붙일 수 있다.

여기에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금실 토막이 열을 받아 녹으면 왜 다른 모양도 아닌 둥근 구슬모양으로 변할까?

그림 3. 가는 금실으로 작은 금구슬을 만드는 방법: 가늘게 만든 금실을 작게 토막낸 다음, 열을 가해 녹이면 금실 토막은 저절로 둥근 구슬 모양으로 변한다.

화학결합: 원자나 분자를 달라붙게 하는 힘
물질을 나누고 또 나누다 보면 그 물질의 기반이 되는 원자 또는 분자로 불리는 입자에 도달한다. 물질의 특성을 정하는 가장 작은 기본 입자가 바로 원자나 분자다. 이런 기본 입자들이 어떻게 모여 있느냐에 따라 물질의 상태가 달라진다. 특히 고체나 액체 상태의 물질이 되려면 이들 원자나 분자들이 서로 달라붙어 있어야 하는데, 이렇게 달라붙게 하는 힘을 통칭해 ‘화학결합’이라고 부른다.

화학결합의 기반은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와 원자핵의 전기적 성질에 의한 전기력이다. 원자나 분자도 질량을 지니고 있어서 이들 사이에서도 중력이 작용하기는 한다. 하지만 원자나 분자 크기의 작은 세계에서는 중력의 크기가 화학결합에 비해 너무 작기 때문에, 중력은 원자나 분자끼리 달라붙는 데에는 사실상 아무런 기여도 못한다.

 


중력과 화학결합 비교: 원자나 분자 크기의 작은 세계에서는 중력의 크기가 화학결합의 크기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매우 미미하다. 반면 행성이나 달의 크기에 이르면 중력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매우 커져 천체사이에 서로 끌어당기는 힘은 거의 중력에 의한 힘이다.
힘이 미치는 범위에도 큰 차이가 있다. 중력은 태양과 행성사이 뿐만아니라 수만광년의 은하계 크기 또는 그 이상의 거리로 떨어져도 힘이 도달한다. 반면 원자나 분자간의 화학결합은 기껏해야 원자 몇개가 늘어선 정도의 거리만 돼도 그 크기가 급격히 작아져 미미해진다.


 

원자사이 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화학결합은 위치에너지로 접근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용하다. 모양의 문제도 화학결합 위치에너지로 접근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화학결합의 위치에너지의 개념을 이해하려면 ‘중력에 의한 위치에너지’ 설명으로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구가 아래로 끌어당기는 중력에 의해 사과는 나무에서 아래로 떨어진다. 이때 떨어지고 있는 사과는 운동에너지를 지닌다. 이에 비해 나무 위에 머물러 있는 사과는 운동에너지를 지니지 않지만, 아래로 떨어질 때 운동에너지로 변할 수 있는 ‘잠재적 에너지’를 지닌다. 이 잠재적 에너지가 바로 ‘위치에너지’다. 사과가 더 높은 곳에 있을수록, 위치에너지는 더 크다. 사과가 떨어지면 낮은 위치로 옮겨가면서 위치에너지가 줄어드는 대신, 떨어지는 속도가 커지면서 운동에너지가 커진다. 줄어든 위치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변하는 것이다.

수력발전은 물의 위치에너지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예다. 위치에너지가 큰 높은 댐 위의 물을 아래로 떨어뜨리면 물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운동에너지가 커지고, 그 운동에너지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댐으로 높게 가둔 물의 수압으로 낮은 곳에 있는 물의 운동에너지를 만들어 발전하기도 한다) 댐이 더 높을수록 더 큰 위치에너지를 가진 물을 댐에 가둘 수 있어,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제 충분히 떨어져 있는 두 원자의 경우를 보자. 원자들이 떨어져 있는 거리가 화학결합의 힘이 도달하는 거리라면, 화학결합이 두 원자를 서로 끌어당긴다. 끌어당기는 힘에 두 원자는 가까워지고 원자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커지면서 운동에너지가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떨어져 있는 두 원자는 서로 가까워질 때 운동에너지로 변할 수 있는 잠재적 에너지인 ‘화학결합 위치에너지’를 지닌다. 두 원자가 멀리 떨어져 있으면 위치에너지는 커지고, 가까워지면 위치에너지는 작아진다. 나무의 높은곳에 매달려 있는 사과의 위치에너지가 크고 낮은 곳에 매달려 있는 사과의 위치에너지가 작은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화학결합과 중력에서는 모두 위치에너지가 가장 빨리 작아지는 방향으로 힘이 생긴다. 두 원자의 경우, 떨어져 있으면 위치에너지가 크고 가까이 있으면 위치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서로 가까워지는 방향 즉,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인력’이 생긴다.

하지만 원자들은 지나치게 가까이 있어도 위치에너지가 커진다. 이때는 서로 멀어지는 방향이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이어서 두 원자는 서로 밀치는 힘 즉, ‘척력’이 생겨 두 원자 사이가 멀어진다. 끌어당기는 힘인 인력만 존재하는 중력과는 다른 화학결합의 특징이다. 운동에너지를 제거하면 두 원자는 인력도 척력도 받지 않는 거리, 다시 말해 위치에너지가 가장 작은 거리를 유지하면서 달라 붙는다.

많이 달라붙을수록 화학결합 위치에너지는 작아진다.
좀 더 많은 원자들이 달라붙으면 화학결합의 갯수도 많아지고 그만큼 위치에너지도 줄어든다. 이렇게 원자들이 달라붙어 만들어진 원자 덩어리를 ‘클러스터’라 부르는데 그중 나노미터 크기의 클러스터를 ‘나노클러스터’라 부른다.[6] 독특한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과학기술적으로 큰 관심을 받아온 물질 구조다. 나노클러스터의 크기가 커지면 이를 구성하는 각각의 원자는 주위를 다른 원자들이 빽빽하게 둘러쌀때까지 화학결합의 갯수가 많아지고 그만큼 위치에너지도 줄어든다. 위치에너지가 줄어든 만큼 원자들의 움직임도 커지면서 운동에너지가 늘어난다. 온도를 낮춰 내부에서 원자가 움직이는 것을 줄이면, 원자의 움직임으로 뭉찬 구조가 깨지는 것을 줄여 나노클러스터가 안정적으로 뭉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수 있다.

그림 4. 원자 사이의 거리와 달라붙은 원자의 갯수에 따른 화학결합 위치에너지 변화: 원자 사이의 거리가 적절할때 화학결합위치에너지는 가장 작아진다(윗 그림). 원자사이의 거리가 이보다 짧거나 멀어지면 화학결합 위치에너지는 커진다. 두 원자는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힘을 받아 움직인다. 달라붙는 원자의 갯수가 늘어나면 한 원자의 평균 화학결합에너지는 작아진다.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면서 늘어난 원자들의 움직임(운동에너지)를 제거하면(온도를 낮추면) 안정적인 분자 또는 나노클러스터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물질은 매우 많은 원자들로 만들어져 있다. 국보 89호와 90호의 장식에서 볼 수 있는 지름 0.5mm의 금구슬안에는 수백경 개의 금 원자가 있다. 여기에서 경은 1조보다 10000배 큰 수다. 물질의 상태는 고체, 액체, 기체 이렇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고체는 원자들의 위치가 사실상 고정되어 모양이 쉽게 변하지 않는 상태고, 액체는 원자들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지 않아 쉽게 모양이 변할 수 있는 유동체 상태다. 고체나 액체 두 경우 모두 원자나 분자들이 서로 달라붙어있는 상태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반면, 기체는 일상 온도와 압력에서 원자들이 서로 충분히 떨어져 매우 빠르게 움직이는 상태로, 고체나 액체와 비교하면 화학결합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다.

원자는 주위에 얼마나 많은 원자들이 화학결합을 하고 있는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상황에 있게 된다.

(1) 원자가 고체나 액체 상태의 물질 내부에 완전히 잠겨 있을때,
(2) 완전히 떨어져 나와 기체 상태로 있을 때, 그리고
(3) 물질의 표면에 있을때

각각의 경우 원자의 화학결합 위치에너지는 원자에 달라붙은 원자의 갯수가 커질수록 줄어든다. 물질 내부에 있는 원자는 주위에 달라붙은 원자들이 많아 위치에너지가 작고, 기체 상태로 따로 떨어져 있는 원자는 달라붙은 원자들이 없어 위치에너지가 크다. 액체나 고체의 표면에 있는 원자는 달라붙은 원자의 갯수가 물질 내부에 있는 원자보다는 적지만 기체보다는 많아 중간정도의 크기의 위치에너지를 가진다.

이제 액체나 고체 상태에 있는 원자들이 어떤 경우에 위치에너지가 작아져 더 안정적이 되는지 살펴 보자.

그림 5. 내부 원자, 표면 원자, 고립된 원자의 위치에너지: 내부 원자 < 표면 원자 < 고립된 원자: 그림에서는 좀더 쉽게 시각화하기 위해 2차원 평면 공간로 원자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가상적으로 그렸다. 3차원 공간에 원자들이 흩어져 있는 경우에도 위치에너지가 ‘내부 원자 < 표면 원자 < 고립된 원자’ 가 되는 것은 변함없다.

모양에 따른 위치에너지 변화
물질 내부에 있는 원자에 달라붙은 원자의 갯수와 물질 표면에 있는 원자에 달라붙은 원자의 갯수를 비교해보자. 내부 원자는 주위 대부분이 다른 원자들로 둘러쌓여있는 반면 (그림 5의 빨간색 원자), 표면원자는 외부에 노출된 부분은 다른 원자들로 둘러쌓여있지 않아 달라붙은 원자의 갯수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림 5의 초록색 원자) 이 말은 곧 달라붙은 원자의 갯수가 많은 내부원자가 상대적으로 더 작은 위치에너지를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질 전체의 위치에너지는 각 원자의 화학결합 위치에너지를 계산해 중복을 피해 더하는 방법으로 계산할 수 있다. 운자 한를 놓고 보면 내부원자의 위치에너지가 따라서 표면원자보다 작으므로, 표면원자의 갯수가 줄고 그 만큼 내부 원자의 갯수가 늘어나면 전체 위치에너지는 더 작아진다. 물질의 표면 면적이 클수록 표면에 있는 원자들의 갯수가 많아지고, 표면 면적이 작을수록 표면 원자 갯수는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표면 면적이 작을수록 위치에너지도 작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부피 또는 원자의 총갯수는 같지만 모양이 다른 몇 가지 경우에 화학결합 위치에너지가 어떻게 다른가를 보자. 여러 모양중에 둥근 공모양일때 표면 면적이 가장 작아 위치에너지도 가장 작다. 럭비공 모양에서 막대모양까지 둥근 공 모양에서 벗어날수록 표면 면적도 늘어나고 위치에너지는 그만큼 커진다. 힘은 위치에너지가 가장 빨리 줄어드는 방향으로 힘을 받으므로, 표면 면적이 작아지는 방향 즉 공 또는 구슬 모양에 더 가까운 모양으로 변하는 방향으로 힘을 받는다.

그림 6. 부피는 같고 모양에 다를때 위치에너지의 차이: 공모양일때 표면의 면적 또는 표면원자의 갯수가 가장 작아 위치에너지도 가장 작다. 모양이 공모양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표면의 면적 또는 표면원자의 갯수가 늘어나 위치에너지는 커진다.

하지만 힘을 받는다고 반드시 모양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고체 상태의 물질은 원자들의 위치가 사실상 고정되어 있어 힘을 받아도 원래의 모양을 유지하려고 하는 강도를 지닌다. 이 때문에 웬만한 힘에는 모양이 변하지 않고, 충분히 큰 힘을 가해야만 모양이 변한다. 반면 유동체인 액체는 이런 강도를 지니지 않아 작은 힘에도 모양이 쉽게 변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온도에서 금을 포함한 대부분의 금속은 모양이 잘 변하지 않는 고체 상태다. 이런 고체 상태를 모양이 쉽게 변하는 액체 상태로 만드는 방법은 열을 가해 녹이는 방법이다. 녹아 액체 상태가 된 금속은 강도를 잃고 위치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으로 모양이 “저절로” 변한다. 둥근 구슬모양이 되는 것 이다. 가는 금실 토막을 녹여 작은 금구슬을 만든 것에도 이러한 원리가 적용된다.


중력으로 공모양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화학결합으로 공모양이 만들어지는 원리 비교: 중력은 작은 세계에서는 영향이 미미하지만, 행성이나 태양과 같은 큰 세계에서는 영향력이 막강하고 중력이 영향을 발휘하는 거리도 매우 길다. 태양과 행성등과 같이 천체가 중력으로 둥근 공모양이 되는 것은 중심에서 표면까지의 거리를 일정하게 하는 과정의 결과다.
반면 화학결합은 영향이 미치는 거리가 원자크기 몇개 정도의 거리로 매우 짧다. 중력의 영향이 거의 없는 작은 세계에서 화학결합으로 공모양이 되는 것은 표면원자의 갯수를 줄이는 과정 다시 말해 표면 면적을 줄이는 과정의 결과다.


 

구슬 모양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중력
그런데 같은 방법으로 훨씬 큰 금구슬을 만들려고 하면 지구의 중력이라는 걸림돌이 나타난다. 모든 물질은 질량을 가지고 있어 지구의 중력은 이를 아래로 끌어당겨, 자체 무게의 의한 힘이 생긴다. 이 힘은 물질 자체를 아래 방향으로 누른다. 물질의 양이 많으면 자체 무게가 아래로 누르는 힘도 커진다. 이 때문에 액체 상태의 물질은 양이 많아지면 윗방향보다 옆방향으로 더 커져 납작해진다. 물질의 양이 매우 많아지면 더 이상 위로 커지지 않고 옆으로만 퍼지는 상황에 이른다. 풀잎에 붙어있는 작은 이슬방울은 있지만, 축구공 크기의 큰 이슬방울은 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림 7. 양이 많아지면 액체는 자체 무게가 아래로 누르는 힘이 커져 점점 납작해지다 결국 옆으로만 퍼진다.

같은 부피의 물에 비해 20배 가까이 무거운 금도 자체 무게의 영향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충분히 큰 금 조각을 녹이면 구슬 모양이 아닌 옆으로 퍼진 모양을 한다. 따라서 둥근 공모양에 좀더 가까운 금구슬을 만들기 위해서는 녹이는 금 조각의 크기를 줄여 자체 무게의 영향을 충분히 작게 할 필요가 있다. 국보 89호와 90호의 금장식에 있는 금구슬의 크기는 이러한 지구 중력의 영향도 함께 고려한 제작자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중력이 지구보다 작은 화성이나 달 같은 다른 천체에 가거나 무중력 상태인 국제우주정거장에서 같은 방법을 구사한다면 지구에서 만든 것보다 더 큰 크기의 둥근 금구슬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

퀴즈.
(1) 금은 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색깔이 변하지 않을까?
(2) 지름이 2mm이고 길이가 10cm인 원통모양의 금 막대기를 늘어뜨려 지름이 1mm인 원통모양의 금막대기를 만들면 길이는 얼마가 될까?
힌트: 반지름이 R이고 길이가 L인 원통의 부피는 πR2L이다.
(3) 두께가 균일한 금실을 토막낸 다음 녹여서 작은 금구슬을 만들었다. 한 금구슬의 지름은 0.5mm이고 다른 한 금구슬의 지름이 1mm라고 할때, 녹이기전의 금실토막의 길이는 몇배 차이날까?
힌트: 반지름이 $R$인 구슬의 부피는 $\frac{4}{3}\pi R^3$이다.
(4) 원통모양의 금실 토막을 녹여 액체가 되면 둥근 공모양의 금구슬이 된다. 금 전체의 화학결합 위치에너지는 금실 토막일때 더 작을까 아니면 금구슬일때 더 작을까?
지구, 화성, 그리고 달에서 금실토막을 녹여 금구슬을 만든다고 했을때, 어디에서 만들때 둥근 공모양의 금구슬을 가장 크게 만들 수 있을까?

주.
[1] 평양 석암리 금제 띠고리: 문화재청 문화재 검색 http://www.cha.go.kr/korea/heritage/search/Culresult_Db_View.jsp?VdkVgwKey=11,00890000,11
[2] 누금세공 : 영어로는 filigree라고 하며 라틴어로 실을 의미하는 filnum과 알갱이를 의미하는 granum에서 유래했다. http://en.wikipedia.org/wiki/Filigree
[3] 경주 부부총 금귀거리: 문화재청 문화재 검색 http://www.cha.go.kr/korea/heritage/search/Culresult_Db_View.jsp?VdkVgwKey=11,00900000,11
[4] “The production of gold wire in antiquity”,  Andrew Oddy, Gold Bulletin, Volume 10, 79 (1977)
[5] KBS 역사스페셜 119회 ‘0.3mm의 예술, 감은사 사리함’ http://www.kbs.co.kr/end_program/1tv/sisa/history/vod/1267341_4855.html
[6] ‘나노 클러스터’는 독특한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가지기도 한다. 금이 오랫동안 색깔이 변하지 않는 이유는 화학반응을 잘 안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금도 나노 클러스터가 되면 화학반응을 하고 촉매로도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