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측정하는 원리와 방법 –  메아리에서 중력파 관측까지

2016년 2월 11일, 세계 과학계를 들썩이게 한 굵직한 과학 소식이 있었다. 이론적으로 알려진 지 무려 100년여만에 중력파를 실험적으로 관측했다는 소식이었다.[1] 실제 관측은 2015년 9월 14일에 있었고, 약 5개월간의 분석과 검증을 거쳐 물리학 최고 저널의 하나인 미국 물리학회의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13억 광년 떨어진 지점에서 벌어진, 두 블랙홀의 충돌에서 유발된 ‘시공간의 출렁임’인 중력파가 지구에 도달한 것을 관측한 현대 과학기술의 쾌거였다.

중력파가 지나가는 곳에서는 공간이 방향에 따라 다르게 줄어들거나 늘어나는 변형이 일어난다. 중력파가 지구를 통과해 지나갈때도 마찬가지다. 물위에서 물이 높아지고 낮아지는 물결이 반복되면서 퍼져나가듯이,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갈때도 공간의 변형은 물결처럼 반복되면서 지나간다. 이 때문에, 중력파가 지나가는 방향으로 공간이 줄어들고 늘어나는 것이 반복된다. 한 지점에서 방향이 다른 두 지점까지 거리를 측정해 비교하면, 중력파가 지나갈때는 한 쪽 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짧아졌다가 길어지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이처럼 거리가 상대적으로 변하는 것을 측정해 중력파를 관측한다.

중력파로 인한 거리의 변화는 매우 미세하기 때문에 이를 관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오랜기간동안 중력파 관측을 시도해왔지만 의미있는 중력파 관측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5년에 미국 북서부 워싱턴주의 핸포드(Hanford)와 동남부 루이지애나주의 리빙스턴(Livingston)에 설치된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일명 ‘라이고’(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에서 처음으로 관측되었다.[2] 이후에도 다른 여러 중력파가 관측되어 논문이 발표되었고, 2017년에는 기존의 두 ‘라이고’ 중력파 관측소와 함께 이탈리아에 위치한 ‘비르고’ (Virgo) 중력파 관측소도 같이 중력파를 관측하기 시작하였다.[3]

‘라이고’와 ‘비르고’의 기본적인 중력파 측정 원리를 요약하면, “반사되어 날아오는 빛의 메아리로 아주 미세한 거리 변화를 측정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가 쉽게 접하는 거리 측정 방법에서 시작해, ‘라이고’의 중력파 관측 원리까지 한번 훑어보겠다.

소리의 메아리
산에 올라 “야호” 하고 소리치면, 얼마 뒤에 같은 소리가 되돌아온다. 이렇게 다시 들려오는 소리를 ‘메아리’라 부른다. 소리는 먼 곳에 즉시 전달되지 않는다. 소리가 전달되는 속도가 있어서 먼 곳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공기 중에서 소리 속도는 대략 초속 340m 정도다. 1초 동안에는 340m를, 10초 동안에는 3400m를 날아간다는 얘기다. 산에서 지른 “야호” 소리도 마찬가지로 이 속도로 날아가다가 다른 산이나 계곡에 부딪히면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일이 벌어진다. 이렇게 해서 다시 듣는 소리가 메아리다.

그림 1. 메아리: 반사되어 다시 돌아오는 소리. 소리의 속도로 인해 소리가 날아갔다가 반사되어 다시 돌아오려면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소리를 지른 사람에겐 시간 차이를 두고 다시 들린다.

소리를 지른후 4초 만에 그 소리의 메아리를 들었다고 가정해 보자. 좀 더 정확하게 말해, ‘야호’라고 소리쳤을때는 ‘야’를 소리치기 시작하는 시간과 되돌아오는 소리에서 ‘야’가 들리기 시작되는 시간의 차이가 4초라고 하자. 소리는 4초 동안 날아갔으니 소리 속도를 감안하면, 그 소리는 1초에 날아가는 거리의 4배인 1360m를 날았을 것이다.[4] 그런데 소리가 갔다가 반사되어 돌아오는 왕복을 했으니 1360m의 절반인 680m가 소리를 지른 곳과 반사된 곳 간의 거리가 된다. 이런 식으로 메아리가 들리는 시간차를 이용해 소리가 반사된 곳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먼 곳에서 반사되는 소리일수록 더 긴 시간 차이를 두고 다시 들린다. 때때로 한번 지른 야호 소리에 여러 번의 메아리가 들리기도 한다. 소리가 반사되는 곳이 여러 곳인 경우에 그렇다. 먼저 들리는 메아리는 가까운 곳에서 반사된 소리이고, 나중에 들린 소리는 먼 곳에서 반사된 소리이다. 각각의 메아리가 들리는 시간 차이를 재면, 한 번의 야호소리로 여러 곳의 거리를 알 수도 있다.

자연에서는 어두운 밤에 주로 활동하는 박쥐가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소리를 듣는 방법으로 자기 앞쪽에 있는 물체의 거리와 위치를 파악한다. 인간은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사용한다. 이를 흉내낸 것이 ‘초음파 거리 탐지기’다. 초음파를 쏘고 다시 되받은 시간 차이를 측정하고 여기에 초음파의 속도를 곱해 거리를 계산한다. 아두이노(Arduino)와 같은 마이크로 컨트롤러나 라스프베리 파이(Raspberry Pi)와 같이 소형 컴퓨터를 이용해 뭔가를 만드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초음파 거리 탐지기는 우리 돈으로 1000-2000원에 불과해 구매하는데 부담이 없고, 간단한 프로그래밍으로 근처 물체와의 거리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그림 2. 초음파 거리 탐지기: 아두이노에 연결해 간단한 프로그래밍으로 탐지기 앞에 있는 물체와의 거리를 잴 수 있다. 초음파가 반사되어 다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으로부터 거리를 계산한다.

물속에서도 같은 원리를 이용해 떨어진 물체의 거리를 잰다. 물속에서 소리 속도는 대략 초속 1500m인 것이 다른 점이다. 공기중에서 680m 떨어진 곳에서 반사되는 소리는 4초 후에 들리지만 물속에서는 0.9초만에 들린다. 자연에서는 돌고래가 초음파로 물속에 있는 물체의 위치를 파악하고, 인간은 군함이나 어선에서 소나(sonar)라는 장치를 통해 같은 원리로 물속 물체의 위치를 파악한다.

소리가 반사되는 곳까지 거리를 정확히 알 수 있으면, 거꾸로 메아리의 시간 차이를 사용해 소리의 속도를 잴 수도 있다. 공기중에서는 온도와 높이에 따라 소리 속도가 변하는 것을 잴 수 있고, 다른 물질에서 소리 속도가 어떻게 변화는지도 잴 수 있다.

 


비행기의 위치 측정: 비행기가 50km떨어진 곳에서 공항을 향해 평균시속 500km로 날아오고 있다고 하자. 그리고 이 비행기의 위치를 소리의 메아리로 측정하면, 비행기에 부딪혀 반사된 소리가 50km를 날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분 30초가량이다. 이 시간동안 비행기는 20km가량을 더 날아 날아간다. 다시 말해 비행기의 위치측정을 확인하는데 2분30초가 늦어지고, 그 사이 비행기는 20km 더 가까이 날아와 30km지점에 위치한다는 얘기다.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에서는 수십km 또는 그 이상 떨어진 곳에서 다가오거나 멀어져가는 항공기의 위치를 파악한다. 항공기간의 충돌과 같은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소리로 비행기의 위치를 측정하면, 소리의 속도때문에 지연되는 시간동안 비행기의 위치가 많아 변해 여러 항공기가 근처에 있을때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공항의 관제센터에서는 소리보다 훨씬 빠른 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다(RADAR: RAdio Detection And Ranging)를 이용해 시간지연이 거의 없이 정확하게 비행기의 위치와 움직임을 측정한다. 빛의 속도와 같은 전파의 속도로 계산하면, 50km 떨어진 비행기에 부딪혀 돌아오는 전파는 50/300000=1/6000초만에 관제센터에 돌아온다. 이 시간동안 시속 500km로 날아오는 비행기는 2cm가량 움직인다. 사실상 거의 실시간으로 비행기의 움직임을 괸측하는 셈이다.

뉴저지 공항에 있는 레이다 (출처: Danrok, Wikimedia Commons)


 

빛의 반사로 측정하는 거리
소리의 메아리와 마찬가지로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빛으로도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빛 속도를 알고 있으면 빛이 반사되어 다시 돌아오는 시간을 재서 거리를 측정할 수 있고, 반대로 거리를 알고 있으면 빛 속도를 잴 수도 있다. 빛을 사용할뿐 소리의 메아리와 비교할 수 있어 ‘빛의 메아리’라고 볼 수 있겠다.[5] 빛은 1초에 30만km의 거리(지구 둘레의 7바퀴 반 거리)를 날아가기 때문에, 되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소리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짧다. 예를 들어 1.5km 떨어진 곳까지 날아갔다가 반사되는 빛은 불과 10만 분의 1초 만에 다시 되돌아 온다. 빠른 시간 차이를 잴 수 있는 정밀한 계측 기술이 필요하다.

반사되어 돌아오는 빛을 이용해, 거리(또는 위치)가 미세하게 변화하는 것을 재는 한 예로 레이저를 이용한 도청 장치가 있다. 건물 안에서 나는 소리에 의해 유리창은 미세하게 떨린다. 유리창의 위치가 미세하게 변하는 것이다. 우리가 말을 할 때 목 부분에 손을 대면 목이 떨리는 것을 촉각으로 느낄 수 있다. 소리가 목의 떨림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건물 내부 소리의 떨림도 마찬가지로 유리창의 떨림으로 전달된다. 이때 유리창에 레이저를 쏘면, 유리창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빛의 위치도 유리창의 떨림 때문에 변한다. 반사되어 돌아오는 빛의 위치 변화를 측정해 유리창이 어떻게 떨리는지를 알아내고 이로부터 소리를 합성하면 건물 내부의 소리를 재현해 들을 수 있다. 빛의 메아리로 소리를 듣는 셈이다.

레이저 도청 장치에 쓰인 방법은 표면을 원자 크기로 볼 수 있는 현미경의 일종인 ‘원자힘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opy)에도 쓰인다. 이른바 ‘탐침’이라고 불리는 아주 가는 바늘이 달려 있는 기구를 표면에 아주 가까이 대면, 바늘 끝의 원자와 표면 원자 사이의 힘에 의해 탐침이 ‘휘거나’ ‘떨리는’ 정도가 달라진다. 이런 탐침위에 레이저 빛이 반사되어 돌아오면, 탐침의 위치 변화가 레이저 빛의 위치변화로 증폭되어 나타난다. 이를 측정해 표면의 높낮이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여러 위치에 측정한 결과를 모아 영상으로 재구성한 것이 ‘원자힘 현미경’ 영상이다. 원자 하나 하나가 표면에 어떤 구조로 배열되어 있는지를 볼 수 있을 만큼 크게 확대해서 볼 수 있는 현미경이다.

그림 3. 원자힘현미경(AFM)을 이용해 이미지를 얻는 원리 도식 (그림 원본 출처: Wikimedia Commons)


자율주행에 사용되는 라이다: 취미로 만드는 조그만 자동차 로봇에는 전방의 장애물을 탐지하기 위해 그림 2의 사진과 같은 초음파 탐지기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실제 주행하는 자동차가 전방의 다른 자동차나 장애물 또는 보행자를 탐지하는데 초음파 탐지기를 사용하면 한정된 소리의 속도때문에 큰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자동차 15m 전방에 갑자기 사람이 튀어 나왔다고 가정해보자. 자동차에서 나온 초음파가 이 사람에 반사되어 다시 차에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는 거의 0.1초다.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라면 0.1초 사이에 움직이는 거리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요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자율주행 자동차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물체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가 설치된다. 탐지원리는 레이다와 같지만 전파 대신 빛을 사용하는 것이 다른점이다. 초음파에 비해 훨씬 빠르고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차 지붕에 라이다(LiDAR: Light Detection And Ranging)를 설치한 구글 자율주행 시험 자동차. (출처: Steve Jurvetson, Wikimedia Commons)


 

빛의 간섭현상 이용한 미세한 거리 변화 탐지
빛은 전자기장의 떨려서 만들어지는 물결모양의 파동이다. 진공에서는 항상 초속 30만km의 일정한 속도로 날아간다. 같은 종류의 두 빛이 합쳐질때 전기장의 물결 모양 높낮이가 똑같은 상태로 동시에 들어오면, 합쳐진 빛의 물결 모양이 더 커진다(보강 또는 증폭, 그림4의 맨 윗그림). 하지만 그한쪽 빛이 더 늦게 또는 더 빨리 들어와 물결 모양이 정반대인 상태로 합쳐지면, 빛의 물결 모양이 없어진다(상쇄, 그림 4의 맨 아랫그림). 한쪽 빛이 늦거나 빠르게 들어오는 정도에 따라 합쳐진 빛의 물결 모양이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물결 모양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림 4의 중간그림) 이렇게 합쳐진 빛의 물결모양의 크기가 변하는 것을 “간섭” 현상이라고 한다. 간섭현상을 이용하면 두 빛의 상대적인 차이를 감지할 수 있다. 각각의 빛이 상대 빛을 관측한다고 보면 되겠다. 이렇게 빛의 간섭 현상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간섭계” 라고 하고, 광원으로 레이저를 사용하면 “레이저 간섭계”가 된다.

빛이 날아가는 두개의 경로가 있다고 하자. 같은 빛이 두 개로 갈라져 두 경로로 날아갔다가 다시 합쳐지면 간섭현상이 일어난다. 만약에 한쪽 빛이 날아가는 거리가 늘어났다고 가정해보자. 그 경로에서는 빛이 그만큼 더 오래 날아가, 최종적으로 다른 빛과 합쳐질 때 더 늦게 도착한다. 이 차이로 인해 간섭현상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거리는 그대로인데 한쪽 경로에서 빛 속도가 늦어졌을 경우에도(예를 들면 공기밀도가 변해서) 같은 거리를 더 천천히 날아가, 다른 빛과 합쳐질 때 더 늦게 도착한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간섭현상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렇게 빛이 날아간 거리나 빛 속도가 변해 간섭현상의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거꾸로 이용하면, 간섭 현상의 변화를 측정해 빛이 날아간 거리나 빛 속도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다.

그림 4. 빛의 간섭현상: 서로 딱 맞게 들어와 합쳐진 빛은 더 밝은 빛을 만들고, 두 빛이 시간차이를 가지고 들어와 합쳐지면 빛이 점점 어두워 진다.

19세기 말에 마이켈슨과 몰리가 “빛 속도가 일정함”(또는 빛의 매질이 없음)을 보인 실험장치가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한 대표적인 실험장치다. 이들의 간섭현상 관측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진다 (아래 그림 참조).

(1) 한 줄기 빛을 두 갈래로 나눠 한 줄기는 그대로 날아가게 하고 한 줄기는 직각으로 반사시켜 다른 경로로 날아가게 한다.
(2) 일정한 거리를 날아가 두 빛은 반사되서 이전 경로로 다시 되돌아오게 한다.
(3) 반사되어 돌아오는 빛의 하나를 직각으로 반사시켜 두 빛을 합친다.
(4) 합친 빛이 일으키는 간섭현상을 측정한다.

이와 같은 단계를 거쳐 빛의 간섭현상을 측정하는 간섭계 장치를 “마이켈슨 간섭계”라고 부른다. 이 장치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마이켈슨과 몰리는 빛의 속도가 방향에 관계없이 일정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동시에 빛의 전파되려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에테르(aether)”도 존재하지 않는 것도 밝혔다. 이때가 특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인 19세기 후반이었다. 마이켈슨은 이 업적으로 1907년에 노벨 물리학상도 수상했다.

그림 5. 마이켈슨 간섭계에 기반한 관측장비 기본 도식: 광원에서 나온 빛은 두 빛으로 갈라져 직각 방향의 서로 다른 경로로 날아간다. 각각의 빛은 반사되어 다시 돌아와 합쳐져 빛의 간섭현상이 일어난다.

중력파 신호를 검출한 라이고(LIGO)의 기본구조는 마이켈슨 간섭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마이켈슨 간섭계의 경우, 빛의 속도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반면에 라이고의 경우에는 거리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빛의 속도 변화나 거리의 변화는 모두 다 두 빛이 합쳐질 때 도달하는 시간 차이를 초래하고, 최종적으로는 간섭현상이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문제는 중력파로 인한 거리 변화가 너무나도 미미하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중력파를 관측하기 위해, 라이고에서는 ㄱ자 모양 검출 장치의 한쪽 길이를 4km나 되는 거대한 규모로 만들었다. 그리고 강력한 레이저와 초정밀 빛 간섭 측정장치, 아주 미세한 흔들림도 방지하는 기술과 같은 최첨단 과학기술이 동원됐다. 그 중에 주목할 만한 부분은 빛이 날아가는 경로를 수백배 늘려주는 ‘패브리-페로 관(Fabry Perot cavities)’이 추가된 점이다.

편도거리 4km를 단순히 한 번만 왕복한 빛의 간섭현상에서 변화를 관측하기에는 중력파로 인한 거리 변화 효과가 너무나도 미미하다. 이에 라이고에서는 각각의 빛이 4km 길이의 ‘패브리-페로 관’에 설치된 거울에 수백번 반사되는 과정을 거친 다음에 합쳐지도록 했다. 이는 중력파로 인해 라이고의 크기에서 나타나는 아주 미세한 거리 변화를 수백배로 증폭하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캘리포니아 공대의 2016년 자료에 의하면,[6] 라이고는 각각의 빛이 280번 반사되게 만들어 무려 1120km 크기에 이르는 마이켈슨 간섭계를 사용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었다. 우리가 100m를 달리기로 되어 있는데 그 거리가 10cm 더 늘어났다고 가정해보자. 한번 달리면 10cm를 더 달리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를 280번 달리면 무려 28m를 더 달리는 셈이다. 라이고에서 빛이 수백번 반사되어 날아가면서 아주 미세한 거리 차이가 증폭되는 효과도 같은 방식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준비된 라이고 관측소가 워싱턴주와 루이지애나주 두 곳에서 간섭현상을 측정하고 있던 2015년 9월에 블랙홀 충돌로 생긴 중력파가 지구를 지나갔고, 두 곳의 라이고는 이 중력파로 인한 미세한 거리 변화를 잴 수 있었다. 인류 최초의 중력파 관측이었다. 이후 수개월 간의 분석과 검증을 거쳐 2016년 2월 11일 논문 발표와 함께 공식적인 중력파 관측 결과 발표를 하게 된다.

그림 6. 라이고(LIGO) 관측장비 기본 도식 : 각각의 빛은 4km에 이르는 거리를 수백번 반사해서 왕복해 천km가 넘는 크기의 마이켈슨 간섭계 효과가 나타난다.

여기에서 재미있는 상상을 해볼 수 있다. 만약 마이켈슨과 몰리가 라이고(LIGO) 장비로 실험을 했고 때마침 충분히 큰 중력파도 지구에 도달했다고 가정하면, 상대성이론을 모르는 상태에서 그들은 실험 결과를 가지고 다음과 같이 말했을 수도 있다.

“짧은 시간동안 미세하나마 방향에 따라 빛의 속도가 변하는 것을 관측했다.”

중력파로 인한 시공간의 출렁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빛의 속도가 변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퀴즈:
(1) 번개가 번쩍한 것을 본 뒤 5초 후에 천둥소리가 들렸다. 번개가 친 곳과 천둥소리를 들은 곳 사이의 거리는 얼마일까? (소리의 속도는 초속 340m라고 하자.)
(2) 2018년 5월 기준으로 보이저 1호는 지구에서 약 215억 km 떨어져 있다. 지구에서 보낸 전파 신호를 보이저 1호가 받으면 받았다는 신호를 곧바로 다시 지구로 전파에 (3) 실어 보낸다고 하자. 지구에서 전파 신호를 보낸지 얼마만에 보이저 1호로부터 회신 전파 신호를 받을까? (전파는 빛 속도로 날아가고, 빛속도는 초속 30만km라고 하자.)

[1] Observation of Gravitational Waves from a Binary Black Hole Merger, B. P. Abbott et al. (LIGO Scientific Collaboration and Virgo Collaboration) Physcal REview Letters. 116, 061102 (2016)
[2] LIGO: Laser Interferometer Gravitational-Wave Observatory, https://www.ligo.caltech.edu/
[3] GW170814: A Three-Detector Observation of Gravitational Waves from a Binary Black Hole Coalescence, B. P. Abbott et al. Phys. Rev. Lett. 119, 141101 (2017)
[4] 소리의 속도는 높이나 온도에 따라 변한다. 좀더 정확하게 거리를 측정하려면 산에서 소리의 속도가 약간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
[5] 천문현상인 light echo도 빛의 메아리도 해석된다. 천체에서 나오는 빛이 다른 천체 물질에 반사되어 시간차를 두고 지구에서 관측되는 현상이다. “An energetic stellar outburst accompanied by circumstellar light echoes”, Howard E. Bond, et al, Nature 422, 405 (2003) 본문의 빛의 메아리는 이 특정 천문현상을 지칭하지 않는다.
[6] LIGO’s Interferometer https://www.ligo.caltech.edu/page/ligos-ifo